8일(현지시간) AP 통신에 따르면 말레이시아 신발 회사 베른스(Vern‘s Holdings)는 이날 성명을 내고 일부 하이힐 제품 밑창에 찍힌 로고는 발목을 나선형으로 감싸는 스틸레토힐의 실루엣을 묘사한 것이지만, 디자인 결함으로 인해 로고가 잘못 해석됐을 수 있다고 인정했다.
베른스는 또 즉시 해당 제품의 판매를 중단하고 이미 구매한 고객들에게는 환불을 진행하도록 조치했다고 밝혔다.
이 회사는 같은 성명에서 “우리는 어떤 종교나 신념을 경시하거나 모욕하는 것을 목표로 로고를 디자인할 의도가 전혀 없다. 경영진은 겸허하게 사과하고 용서를 구하고 싶다”며 “우리가 이 실수를 바로잡을 수 있도록 연민을 갖기를 바란다”고도 명시했다.
말레이시아 경찰은 이날 베른스 매장에서 해당 신발 1100여켤레를 압수했다고 밝혔다.
이 나라에서 이슬람 업무를 담당하는 기관인 이슬람 개발부(JAKIM·자킴)도 베른스 설립자인 응촨후 회장을 소환 조사했다.
자킴 당국은 신발 로고가 아랍어로 ‘알라’라는 글자와 비슷하게 보이도록 고의로 제작됐다는 증거가 나온다면 법적 조치를 통해 유사 사건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기업들에 대해서는 자국의 인종적 통합을 위협할 수 있는 민감한 종교 문제에 대한 경계를 유지할 것을 촉구했다.
이번 신발 논란은 최근 말레이시아 대형 편의점 체인 KK마트의 진열대에 ‘알라’라는 글자가 프린팅된 양말을 두고 한바탕 소동이 벌어진 이후 나왔다.
지난달 26일 KK마트의 점주들과 한 공급업체 경영진은 무슬림의 종교적 감정을 훼손한 혐의로 기소됐고, 일부 편의점들은 휘발유가 든 화염병을 맞기도 했으나 부상자는 보고되지 않았다.
말레이시아는 국교가 이슬람이고 전체 인구 3400만명 중 무슬림이 약 3분의2를 차지한다. 이들은 유일신이자 최고신인 알라를 신체 가장 밑이자 냄새가 나는 발과 연관시키는 것에 “신성모독”이라고 말한다.
이번 문제는 한 소셜미디어 게시물이 신발 로고와 알라 글자의 유사성을 강조한 사진을 올린 뒤 주목받기 시작했다.
경찰과 자킴 당국은 국민들로부터 고소장을 접수받아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앞선 사례도 긴장감은 여전하다. 이 나라에서 두 번째로 큰 편의점 체인인 KK 마트 그룹은 성명을 통해 공급업체가 재고에 동의하지 않은 물품을 보냈다고 해명했다. 이 공급업체의 설립자는 해당 양말이 대량 배송의 일부로 중국에서 수입됐다며 검사를 부주의하게 한 점에 대해 사과했다.
말레이시아 최대 정당인 통일말레이국민조직(UMNO)의 한 청년 지도자는 앞서 KK마트의 보이콧을 촉구하며 칼을 휘두르는 자신의 모습을 소셜미디어에 올려 선동 혐의로 수사받고 있다.
이에 현지 정치 평론가들은 이 정당이 지난 총선에서 크게 패한 뒤 말레이시아인들의 지지를 얻기 위해 이 같은 선동을 벌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윤태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