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자들은 외계 행성의 오로라를 직접 포착하지는 못했지만, 행성보다 더 큰 천체인 갈색왜성에서 오로라의 증거를 발견했다. 갈색왜성은 목성 질량의 80배에서 13배 사이의 천체로 안정적인 수소 핵융합 반응은 유지하기 힘들지만, 수소보다 무거운 중수소 등을 통해 미약한 핵융합 반응을 유지하는 천체다. 스스로 에너지를 낼 수 있지만, 그 정도가 매우 미약해 흔히 실패한 별로 불린다.
2015년 국제 과학자팀은 지구에서 약 18광년 떨어진 거문고자리의 갈색 왜성(LSR J1835)에서 오로라의 증거를 발견해 저널 네이처에 발표했다.
이 거리에서 희미한 오로라의 신호를 포착한 것도 놀라운 일이지만, 더 놀라운 것은 이 갈색왜성이 항성 주위를 공전하지 않는 혼자 있는 갈색왜성이라는 사실이다.
지구나 태양계의 다른 행성의 오로라는 태양에서 날아온 고에너지 입자가 자가장에 끌려와 극지방에서 대기 입자와 부딪히면서 생긴다. 따라서 LSR J1835의 오로라는 뭔가 다른 기전으로 생기는 것이 분명했다. 과학자들은 이 갈색왜성 주변에 아직 관측하지 못한 동반성이나 행성급의 위성이 있어 갈색왜성 대기에 입자를 공급할 가능성 높다고 추측했다. 목성과 그 위성에서도 볼 수 있는 현상이기 때문이다.
W1935에서는 예상외로 강한 메탄 방출선이 검출되었는데, 이는 이 갈색왜성 역시 강력한 오로라를 지녔음을 시사하는 결과다. (사진 참조) 연구팀의 모델에서 W1935는 대기 상층에서 갑자기 온도가 올라가는 기온 역전 현상이 발생했는데, 이는 대기 상부로 유입되는 입자가 있고 오로라 같은 현상이 일어난다는 점을 의미한다.
W1935는 목성 질량의 6배에서 35배 사이의 천체로 갈색왜성 혹은 무거운 가스 행성에 속한다. 표면 온도가 섭씨 260도로 목성보다는 훨씬 높은 점을 생각하면 갈색왜성의 일종으로 여겨지지만, 그래도 여전히 어둡고 차가운 천체이다.
W1935는 역시 LSR J1835처럼 항성 주위를 공전하지 않고 혼자 있는 떠돌이 갈색왜성이라 주변에 다른 위성이나 행성급 천체가 있어 입자를 공급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이 연구들은 갈색왜성이 강한 자기장을 지니고 있을 뿐 아니라 가까운 위치에 큰 위성이나 행성 질량 천체를 거느리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태양계의 목성이나 토성이 많은 위성을 거느리고 있는 점을 생각하면 이보다 훨씬 큰 갈색왜성은 더 크고 많은 위성으로 구성된 미니 행성계를 이루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작고 어두운 갈색왜성 주변에 있는 더 작고 어두운 위성을 직접 발견하기는 어렵지만, 과학자들은 이렇게 간접적인 방식으로 그 존재를 파악했다.
앞으로 관측 기술의 발전을 통해 언젠가는 갈색왜성 주변 위성 혹은 행성의 존재를 확인하고 여기서도 생명체가 존재할 수 있는지 검증하는 날이 올지도 모른다.
고든 정 과학 칼럼니스트 jjy0501@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