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현지시간) AP 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복수의 미국 당국자들은 바이든 대통령이 최근 러시아의 집중 공격을 받고 있는 우크라이나 제2도시 하르키우의 방어 목적에 한해 미국 무기를 사용해 러시아 영토 타격을 허가했다고 밝혔다.
이들 당국자는 익명을 요구하면서도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본토 내부를 공격하기 위해 미국이 제공하는 에이태큼스(ATACMS) 미사일 등 장거리 무기를 사용하지 말 것을 요구하는 미국의 정책은 변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한 당국자는 “바이든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미국 무기는 하르키우 지역에서 우크라이나가 자신들을 공격하거나 공격 준비하는 러시아군에 대해 반격할 수 있도록 사용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하르키우는 러시아 국경에서 불과 20㎞ 떨어져 있다.
이는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러시아 본토 공격에 미국 무기 사용을 전면 금지했던 바이든 행정부의 원칙에서 전환점이라 할 수 있는 큰 변화라고 언론들은 평가했다.
이번 방침 변경은 러시아가 최근 우크라이나에 대한 대공세에 나서 국경도시 하르키우까지 위험에 처한 상황에서 내려졌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전세의 위태로움을 강조하며 이 같은 원칙 수정을 지속해 요청해 왔다.
영국과 프랑스 등 서방의 주요 동맹들은 이미 서방이 지원한 무기를 이용해 러시아 본토에 반격을 가할 수 있어야 한다며 미국이 이를 허용할 것을 압박해왔다.
이에 따라 우크라이나군은 로켓 등을 쏘아 하르키우로 향하는 러시아의 미사일을 요격하거나, 국경 인근에서 우크라이나 영토를 향해 폭탄을 발사하는 러시아 폭격기를 공격할 수 있게 됐다고 미국 언론들은 평가했다.
다만 우크라이나가 이러한 무기를 이용해 러시아의 민간 인프라를 공격하거나 장거리 미사일을 이용해 러시아 영토 깊숙이 있는 내부 군사 목표를 공격하는 것은 여전히 금지된다.
앞서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전날 몰도바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러시아 본토 타격 허용과 관련, “조건과 전장 상황, 러시아가 침략 및 확대를 추구하는 방식이 바뀜에 따라 우리도 적응하고 조정해 왔으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며 수용 가능성을 시사했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소통보좌관도 같은 날 “전장의 조건이 진화함에 따라 우크라이나에 대한 우리의 지원도 적절하게 진화해왔다”며 이런 기조는 “변하지 않는다”며 허용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미국 전직 관료와 학자 등 60명은 바이든 대통령에게 러시아 본토 타격을 위한 무기 사용 허용을 요구하는 내용의 서한을 보내기도 했다.
서한에 서명한 사람 중에는 나토 사령관을 지낸 필립 브리드러브와 전직 우크라이나 주재 미국 대사들이 여럿 포함돼 있다고 폴리티코는 전했다.
윤태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