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원이 밝혀지지 않은 이 미라의 별칭은 ‘비명지르는 여성’(screaming woman)로 실제로 여성은 큰 고통을 겪고 있는듯 입을 벌린 상태의 끔찍한 표정이었다. 2일(현지시간) CNN, 가디언 등 주요 외신은 카이로 대학 연구팀이 이 여성 미라의 죽음에 얽힌 사연을 과학적으로 밝힌 연구결과를 소개했다. 연구팀은 CT 스캔을 사용해 미라의 형태, 건강 상태, 보존 상태 등 다양한 세부 정보를 밝혀냈으며 적외선 이미징 기술 등으로 시신을 ‘가상 해부’ 했다.
그 결과 약 3500년 전에 묻힌 것으로 보이는 이 여성의 사망 당시 나이는 48세로 키는 154㎝라는 사실을 밝혀냈다. 또한 여성은 생전에 가벼운 관절염을 앓았으며 여러 개의 치아가 빠져있는 상태였다. 다만 연구팀은 이 여성의 정확한 사인은 여전히 밝혀내지 못했다.
연구팀은 그러나 이 미라의 특징에 대한 새로운 해석을 내놓았다. 특이하게도 이 미라는 다른 미라와는 달리 장기 대부분이 남아있는 상태였다. 이에 당초 학자들은 3500년 전 시신의 미라화와 방부처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것을 그 원인으로 꼽았다. 일반적으로 당시 방부처리사는 턱뼈와 두개골을 감싸 사망자의 입을 닫았다.
이에대해 연구를 이끈 카이로 대학 방사선과 사하르 살림 교수는 “미라의 장기가 그대로 있다는 것은 매우 놀라운 일”이라면서 “이집트 신왕국 시대(기원전 1550~1069년)의 미라화 방법은 심장을 제외한 모든 장기를 제거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같은 누락은 중산층과 빈곤 계층의 허술한 미라화로 인한 것이 많은데 이 여성은 그렇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연구팀은 이에대한 근거로 여성이 유황과 특정 송진 등 값비싼 재료로 방부처리됐다는 점, 대추 야자로 만든 가발과 착용한 고급 반지 등을 들었다. 곧 당시 방부처리사가 여성을 ‘대충’ 미라화한 것이 아니라는 것.
그렇다면 왜 여성은 입을 벌린 특이한 모습으로 미라가 된 것일까? 이에대해 살림 교수는 사후경련을 그 원인으로 추정했다. 살림 교수는 “이는 여성이 극심한 고통이나 괴로움 속에서 비명을 지르며 죽었다는 것을 의미한다”면서 “사망 후 18~36시간 안에 미라화 됐으며 이로인해 사망 당시 입이 벌어진 상태가 그대로 유지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박종익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