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통령선거가 2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루이지애나주(州)가 미국의 주요 안보 담당자들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불법 중국 이민자가 루이지애나주에 입국해 수백 명에게 치명적인 결핵균을 전염시킬뻔 한 위험한 상황을 조성했다는 게 이유다.
뉴스위크 등 현지 언론의 23일(이하 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제프 랜드리 루이지애나주지사와 리즈 무릴 법무장관은 이날 미국 이민세관집행국(ICE)이 구금 중이던 중국 불법 이민자를 옮기는 과정에서 최소 200명의 다른 구금자 및 ICE 직원들과 접촉하게 했다고 주장했다.
공화당 소속의 랜드리 주지사에 따르면, 해당 중국 불법 이민자는 지난 7월 캘리포니아 남서쪽 국경을 통해 불법으로 미국에 입국했다. 이후 그는 약 100명의 다른 불법 이민자들과 함께 루이지애나주에 있는 ICE 시설로 이송됐다.
해당 중국 불법 이민자는 구금 시설로 옯겨진 뒤 3일이 지난 후 심각한 결핵 증상을 보였지만, 이후 사우스루이지애나에 있는 ICE의 다른 센터로 옮겨졌고 8월에 풀려났다. 루이지애나 보건부 측이 해당 불법 이민자에 대한 결핵 양성 결과를 확인한 것은 수 개월이 흐른 지난 9일이었다.
루이지애나 보건부는 중국 이민자가 수용됐던 기숙사를 격리하고, 해당 시설에 머물렀던 구금자들을 상대로 결핵 검사를 실시한 결과 모두 음성 판정을 받았다.
풀려났던 중국 불법 이민자 역시 재검사 및 이에 적절한 치료를 받았으며, 현재는 무증상 감염 상태로 여전히 약을 복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루이지애나주 보건부 관계자는 “이 환자(중국 불법 이민자)는 희귀하고, 약물에 대한 저항성(내성)이 강한 결핵균주를 보유하고 있다”면서 “루이지애나에서는 유일한 사례이며, 외국에서 온 경우를 제외하고는 본 적이 없는 결핵균이었다”고 설명했다.
랜드리 주지사는 “다행히 이번에는 ‘총알’을 피했다. 그러나 우리는 사법제도를 활용해 대중을 보호할 수 있어야 한다”면서 국토안보부와 ICE 등이 철저한 의료검사를 통해 치명적인 바이러스가 유입되는 것을 막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루이지애나주 검찰총장인 리즈 무릴은 “해당 이민자가 치명적인 결핵균 보유자라는 게 확인된 뒤 ICE 측에 ‘이민자들이 구금시설을 떠나기 전 그들에 대한 의료 검사를 실시해달라’고 요구했으나 ICE가 이를 거부했다”면서 이것이 소송의 계기가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조 바이든 행정부의 국경 정책이 미국인의 건강과 안전을 위험에 빠뜨렸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제프 카터 ICE 대변인은 폭스뉴스에 “우리는 구금센터가 미국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지침을 준수하고, 전염병 질병을 선별하고 관리하는 것을 포함한 잠재적인 공중 보건 문제를 완화하기 위한 요건을 갖추고 있다”고 밝혔다.
또 “진단 및 치료 프로토콜은 현재 의료 지침에 따라 이뤄지며, 연방, 주 및 지방 보건 당국과 협력하여 시행된다”면서 “ICE 구금 중 비시민에 대한 의심되는 전염병 진단이 있을 때 조기에 감지하고 적절한 조치를 취하도록 보장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한편 중국의 보건의료 정책을 총괄하는 국가위생건강위원회이 올해 1월 공개한 전염병 감염 현황에 따르면, B형 결핵 환자가 6만 건 발생해 이중 383명이 사망했다. 중국의 전염병 환자 가운데 결핵 사망자 숫자는 에이즈(1730명)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송현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