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침몰한 러시아 유조선에서 쏟아져 나온 기름으로 인해 돌고래가 때아닌 수난을 당하고 있다. 지난 11일(이하 현지시간) 러시아 델파 돌고래 구조연구센터 측은 유조선 기름 유출로 인해 돌고래 58마리가 사체로 발견됐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달 15일 흑해와 아조우해 사이 케르치 해협을 운항 중이던 러시아 유조선 볼고네프트 212호가 강한 파도에 부딪혀 침몰하고 또다른 한 척은 좌초했다. 러시아 당국은 이 과정에서 약 2400톤의 저등급 중유가 유출됐다고 밝혀 환경 재앙의 우려가 커졌으며 실제로 이는 현실이 됐다.
센터 측은 “총 58마리의 돌고래 사체가 발견됐으며 이는 죽은 지 채 3주가 되지 않았다”면서 “과거와 비교하면 이 시기 사체수가 비정상적으로 많아 기름 유출과 관련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어 “흑해에는 멸종위기종으로 지정된 돌고래 종이 다수 서식하는데, 기름 유출로 인한 영향이 수십 년간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불과 1주일 전 센터 측은 돌고래 32마리가 사체로 발견됐으며, 대부분 멸종위기에 처한 아조프종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곧 1주일 만에 피해 규모가 2배 가까이 늘어난 셈이다.
현재 러시아 당국이 이 사고를 조사 중인 가운데 우크라이나는 악천후에 노후한 유조선을 운항한 러시아 당국이 사고에 책임이 있다고 비판했다. 러시아는 2022년 2월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부터 서방으로 석유 수입과 관련된 제재를 받아왔다. 특히 흑해는 이번 전쟁의 결과로 환경 오염이 심각해진 상황으로 여기에 기름까지 바다로 쏟아져 더 큰 환경 재앙이 닥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사고가 발생한 케르치 해협은 러시아 곡물 수출의 주요 경로로 원유, 연료유, 액화천연가스 수출에도 활용되고 있다.
박종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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