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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 국빈 방문 첫날부터 굴욕…윈저성 벽에 트럼프·엡스타인 영상 [핫이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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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디크 칸 시장 “분열의 정치 거부”…런던 곳곳 시위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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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국 윈저성 외벽에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성범죄 전력으로 사망한 억만장자 제프리 엡스타인의 사진이 풍자 단체 ‘당키스’에 의해 투사되고 있다(왼쪽). 같은 날 트럼프 대통령과 멜라니아 여사가 영국 국빈 방문을 위해 런던 스탠스테드 공항에 도착해 의전 인사의 영접을 받고 있다(오른쪽). 로이터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두 번째 영국 국빈 방문을 시작하자마자 런던과 윈저에서 거센 항의가 이어졌다. 현지 경찰은 윈저성 외벽에 트럼프 대통령과 제프리 엡스타인 그리고 앤드루 왕자의 사진을 투사한 시위대 4명을 체포했다.

윈저성 벽에 머그샷과 외설적 메시지까지 등장16일(현지시간) AFP통신과 가디언, NBC뉴스 등에 따르면 이날 밤 윈저성 외벽에는 트럼프 대통령의 2023년 기소 당시 머그샷과 성범죄 혐의로 수감 중 숨진 억만장자 엡스타인의 사진이 투사됐다. 화면에는 트럼프 대통령과 멜라니아 여사, 엡스타인과 기슬레인 맥스웰이 함께 찍힌 사진도 포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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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국 윈저성 외벽에 ‘제프, 너는 최고다’(To Jeff, you are the greatest!)라는 문구가 투사되고 있다. 이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과거 저서에 남겼다고 알려진 글귀로 성범죄 전력으로 사망한 억만장자 제프리 엡스타인의 소장본에서 발견됐다. 로이터 연합뉴스


특히 2003년 엡스타인 50세 생일 기념 책자에 트럼프 대통령이 남겼다고 주장되는 외설적 메시지까지 시위대가 투사했다. 트럼프와 백악관은 해당 메시지의 진위를 전면 부인했다.

영국 정치 풍자 단체 ‘당키스’가 이번 퍼포먼스를 기획했다. 템즈밸리 경찰청은 “무허가 활동을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인다”며 즉시 상영을 중단시켰고 관련자 4명을 악의적 통신 혐의로 체포해 조사 중이다.

런던 시민들 “덤프 트럼프” 구호 외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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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영국 국빈 방문을 앞두고 16일(현지시간) 윈저에서 시민들이 ‘트럼프 환영하지 않는다’는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시위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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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영국 국빈 방문을 앞두고 16일(현지시간) 윈저에서 열린 시위 현장. 한 참가자는 가슴에 ‘덤프 트럼프’ 글귀가 적힌 티셔츠를 입고 “사악하고 위험하다”(Vile and Dangerous)라는 피켓을 들었다. 옆 참가자는 트럼프 얼굴을 삐에로로 합성한 그림이 새겨진 티셔츠를 입고 “거짓말쟁이”(Liar Liar)라는 피켓을 들고 항의에 동참했다. 로이터 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이 도착하기 전부터 시민들이 윈저성 앞에 모여 ‘거짓말쟁이’, ‘차 마시러 온 독재자’라는 문구가 적힌 플래카드를 들고 항의했다. 성 주변에서는 “덤프 트럼프”(Dump Trump·트럼프를 버려라) 구호가 터져 나왔다.

영국 언론은 트럼프 대통령의 2박 3일 국빈 일정 동안 런던 도심에 수천 명이 모이는 대규모 집회가 열릴 것으로 전망했다. ‘스톱 트럼프 연합’ 등 50여 단체가 의회 광장에서 행진을 준비했고 런던 경찰은 1600명을 투입해 대응에 나섰다.

칸 런던시장 “분열의 정치 거부한다”사디크 칸 런던시장은 가디언 기고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전 세계에서 공포와 증오를 퍼뜨려왔다”며 “런던 시민은 그의 정치에 굴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는 “런던은 포용과 낙관의 정신으로 자유와 민주주의 가치를 지켜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 의회 조사와 맞물린 풍자NBC뉴스는 이번 퍼포먼스가 최근 미 의회 조사와도 연결돼 있다고 보도했다. 미 하원 감독위원회는 최근 엡스타인 사건 관련 문서 공개를 요구하며 빌 클린턴 전 대통령,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 메릭 갈런드 전 법무장관 등 고위 인사들의 증언을 소환했다. 또 트럼프 1기 시절 법무장관을 지낸 빌 바가 “엡스타인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여성을 알선했다는 증거는 없다”고 진술한 기록도 공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9년 “엡스타인과 오래전에 결별했다”고 주장했고 최근에는 “엡스타인이 마러라고 직원들을 빼앗아 갔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그와 엡스타인의 관계는 여전히 정치적 약점으로 남아 있다.

영국 왕실에도 이어지는 여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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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국 켄트 공작부인 캐서린의 장례식이 열린 16일(현지시간) 런던 웨스트민스터 대성당에서 앤드루 왕자(왼쪽)가 찰스 국왕과 대화를 나누며 성당을 나서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엡스타인과의 관계는 영국 왕실에도 큰 상처를 남겼다. 찰스 3세 국왕의 동생 앤드루 왕자는 성범죄 의혹으로 이미 군 직함과 후원자 지위를 잃었다. 피해자 버지니아 주프레는 앤드루 왕자를 상대로 성폭행 소송을 제기했고 결국 합의가 이뤄졌다. 그녀는 올해 초 극단적 선택으로 세상을 떠났다.

이번 영상 투사에 앤드루 왕자의 사진까지 포함되면서 트럼프 대통령 방문 첫날 윈저성은 축제의 장이 아니라 과거 스캔들의 그림자를 다시 마주한 현장이 됐다.

화려한 의전보다 두드러진 거리의 분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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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멜라니아 여사가 16일(현지시간) 런던 인근 스탠스테드 공항에 도착해 영국 국왕을 대리해 나온 개인 시종 헨리 후드 자작으로부터 영접을 받고 있다. AP 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은 스탠스테드 공항에 도착한 뒤 전용 헬기 마린원으로 윈저성에 들어갔다. 왕실은 성 동쪽 잔디밭에서 예포를 발사하고 기마 의장대가 호위하는 마차 행렬로 대통령 부부를 맞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찰스 3세 국왕과 함께 근위대를 사열하며 “영국은 내 마음을 따뜻하게 하는 특별한 곳”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거리의 민심은 차갑다. 영국 언론은 “왕실 의전의 장엄함이 항의와 풍자에 묻혔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방문은 화려한 환대와 격렬한 저항이 동시에 드러난 이중적 장면”이라고 평가했다.

윤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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