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서 잇따른 ‘성추행 의심 뒤 폭행’ 공방
“아내 지킨 것” “한 방에 사람 죽을 수도” 엇갈린 여론
성추행 의심이 곧 폭행을 정당화할 수 있을까.
국내에서 대형마트 폭행 사건을 두고 댓글 공방이 벌어졌다. 해외에서도 비슷한 질문을 던지는 과거 술집 영상이 다시 확산했다. 미국 뉴욕포스트가 27일(현지시간) 보도한 이 영상은 최소 1년 전 촬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아내를 지킨 행동이냐, 과잉 폭력이냐”를 두고 온라인에서 다시 논란을 불렀다.
화면에는 한산한 술집에서 부부가 당구를 준비하는 모습이 담겼다. 남편이 당구공을 정리하는 사이 테이블 반대편에 있던 아내에게 빨간색 상의와 찢어진 청바지를 입은 남성이 다가갔다.
이 남성은 술에 취한 듯 비틀거렸다. 이어 여성의 엉덩이 부위를 만지는 듯한 행동을 했다. 여성은 곧바로 손짓으로 남성을 밀어냈다.
이를 본 남편은 즉시 몸을 돌렸다. 그는 취객에게 달려가 얼굴을 향해 강한 주먹을 날렸다. 맞은 남성은 그대로 바닥에 쓰러졌다. 화면상 취객은 남편보다 체격이 작아 보였다.
아내는 남편이 달려드는 순간 두 사람 사이를 막으려 했다. 그러나 남편은 이를 뿌리치듯 지나갔다. 이 과정에서 당구 큐대가 여성의 얼굴 쪽에 부딪힌 듯했다. 잠시 뒤 술집 직원으로 보이는 남성이 남편에게 밖으로 나가라는 듯 손짓했다.
정확한 촬영 장소와 사건 처리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경찰 출동 여부도 알려지지 않았다. 남편이나 취객에게 혐의가 적용됐는지도 확인되지 않았다. 영상 속 인물들의 신원도 공개되지 않았다.
◆ 마트에선 장애 노인, 술집에선 취객…쟁점은 같았다
이번 영상이 눈길을 끈 이유는 국내에서도 비슷한 논쟁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앞서 JTBC ‘사건반장’은 27일 대형마트 폭행 사건을 다뤘다. 관련 내용은 28일 여러 매체 보도로 확산했다. 뇌병변 장애가 있는 70대 남성이 여성과 어깨를 스친 뒤 “남의 아내 엉덩이를 만졌느냐”는 항의를 받았다. 이후 폭행으로 이어졌다는 내용이었다.
당시 댓글도 둘로 갈렸다. 다수는 “의심이 있으면 신고했어야 한다”, “고령의 장애인을 상대로 주먹을 휘두른 것은 과했다”고 비판했다. 반면 일부는 CCTV 장면을 근거로 “접촉 경위부터 확인해야 한다”, “의심스러운 장면이 있다”고 주장했다.
국내 마트 사건과 해외 술집 영상은 세부 상황이 다르다. 한쪽은 접촉 정황을 두고 논쟁이 이어졌다. 고령의 장애인이 폭행 피해를 호소했다. 다른 한쪽은 취객이 여성의 신체를 만지는 듯한 행동을 했다. 남편은 이를 보고 즉각 반응했다.
하지만 두 사건은 같은 질문을 남겼다. 성추행 의심이나 불쾌한 신체 접촉이 곧바로 폭력 대응으로 이어져도 되는가 하는 문제다.
◆ “아내 지킨 것” vs “그건 폭행”…댓글도 갈렸다
해외 누리꾼들의 반응도 선명하게 갈렸다. 일부는 남편의 행동을 “아내를 지킨 대응”으로 봤다. 낯선 남성이 여성의 신체를 함부로 만졌다면 즉각적인 물리적 제지도 이해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한 이용자는 “다시는 여성을 함부로 만지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또 다른 누리꾼은 “그런 행동을 했으면 대가를 치러야 한다”고 썼다. “갑자기 여성의 엉덩이를 만지는 행동이 왜 주먹 맞을 일이 아니냐”는 의견도 나왔다.
반론도 만만치 않았다. 취객이 술에 취했다는 점이 지적됐다. 체격도 남편보다 작아 보였다. 얼굴을 향한 강한 주먹질은 지나쳤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일부는 “먼저 제지하고 사과하게 한 뒤 내보냈어야 한다”, “이런 식이면 감옥에 갈 수 있다”, “순간의 분노가 살인 사건으로 번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취객이 바닥에 머리를 부딪쳤을 가능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맞을 짓을 했다고 해도 저 정도 주먹이면 사람을 죽일 수 있다”는 지적이다.
◆ 의심은 확인해야 하고 폭력은 통제돼야 한다
이 장면이 논쟁을 부른 이유는 단순하다. 취객의 행동은 부적절해 보인다. 여성은 즉시 거부 의사를 드러냈다. 남편도 이를 목격했다. 그러나 남편의 대응은 얼굴을 향한 강한 가격이었다.
옹호론자들은 “그 순간 남편이 어떻게 침착할 수 있겠느냐”고 말한다. 반면 비판론자들은 “폭력은 마지막 수단이어야 한다”고 본다. 직원을 부르거나 경찰에 신고하는 방식이 먼저였어야 한다는 것이다. 취객을 현장에서 분리하는 선택지도 있었다.
법적 판단에서도 핵심은 비슷하다. 타인의 신체 접촉을 막기 위한 제지는 정당방위로 인정될 수 있다. 다만 상황이 중요하다. 상대가 이미 물러났거나 즉각적인 위해가 끝난 뒤 강한 보복성 폭력을 행사했다면 방어가 아니라 폭행으로 볼 여지가 있다.
분노는 이해받을 수 있다. 낯선 사람이 가족의 신체를 함부로 만졌다고 느낀 순간 누구나 격한 감정을 느낄 수 있다. 그러나 그 감정이 곧 주먹질의 면허가 될 수는 없다.
얼굴을 맞고 뒤로 넘어지면 주먹 자체보다 바닥 충격이 더 치명적일 수 있다. 술에 취한 사람은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한다. 머리 부상 위험도 커진다. 순간의 한 방이 성추행 대응을 넘어 중상해나 사망 사건으로 바뀔 수 있다는 뜻이다.
결국 이번 영상은 “가족을 지켰다”는 감정과 “그래도 때려서는 안 된다”는 원칙 사이에 놓여 있다. 국내 마트 폭행 논란이 그랬듯 해외 술집 영상도 같은 질문을 남긴다. 의심은 확인해야 한다. 폭력은 통제돼야 한다. 감정이 먼저 움직일수록 법적 책임은 더 무거워질 수 있다.
윤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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