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항공우주국 소속 Mi-8 헬리콥터가 사할린섬 고속도로에 비상 착륙을 시도하다 결국 추락했다.
미국 방산 전문 매체 디펜스 블로그 등 외신은 2일(현지시간) 해당 헬기는 목적지 비행장에서 약 5km 떨어진 지점에 추락해 도로를 이탈한 후 곧장 전복됐다.
사고 원인과 관련해 친러시아 군사 텔레그램 채널인 ‘파이터봄버’는 “러시아군 헬기가 양쪽 엔진의 연료 고갈로 동력을 완전히 잃은 것이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사고 당시 영상과 사진을 보면 헬기가 트럭 등이 주행 중인 고속도로에 긴급 착륙을 시도한다. 고속도로를 달리는 차량 위로 낮게 날다가 결국 도로변 도랑의 풀숲 방향으로 전복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이 과정에서 도로 표지판이 휘어져 잔해에 깔리는 등 피해가 발생했으나 다른 차량들과 충돌하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디펜스 블로그는 파이터봄버를 인용해 “해당 헬기는 목적지 비행장을 5㎞ 앞둔 시점에서 두 엔진이 모두 멈춰선 것으로 보인다”며 “조종사들이 하강 중 도로 위의 차량과 충돌을 피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고속도로에서 벗어나 기체를 조종했다”고 전했다.
이어 “연료 고갈 원인에는 여러 가지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으나 구체적인 언급은 내놓지 않았다.
현재 러시아 당국은 헬기의 연료가 고갈된 원인을 조사 중이다.
연료 부족 심각한 러시아일각에서는 이번 헬기 추락 사고가 현재 러시아 전역에서 발생한 연료 부족 사태와 연관이 있다고 분석한다.
러시아는 최근 우크라이나의 석유 정제 시설 집중 공격으로 인해 항공유 등 연료 부족 사태에 직면했다.
앞서 우크라이나 국방정보국은 지난달 28일 “우크라이나의 공격으로 러시아 내 등유 생산량이 감소한 뒤 러시아가 한국과 이집트에서 제트 A-1 항공유 최소 7만t을 수입했다”고 밝혔다. 제트 A-1 연료는 군용·민간 항공기에서 사용하는 등유 계열의 항공유다.
당시 우크라이나 측은 “러시아가 (한국 등으로부터) 수입한 항공유는 MiG-29, Su-34, Su-35S, Su-30SM, Su-57, Su-24M 등을 포함한 군용 항공기와 Tu-95MS 전략 폭격기에 적합하다”며 “러시아의 최신 제트 추진 공격 드론인 게란-4와 게란-5에도 사용될 수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지난 7월 러시아가 한국산 정제유를 수입했다는 주장이 제기된 바 있다.
로이터 통신과 미국 에너지 전문매체 오일프라이스닷컴 등 외신들은 지난달 7일 선박 추적 데이터 업체 케이플러와 영국 해상 정보 업체 보르텍사 자료를 인용해 “지난 7월 말 유조선 최소 2척이 울산 컨테이너항 저장탱크에서 석유제품을 선적한 뒤 러시아 극동 지역으로 향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해당 선적 물량에는 경유뿐 아니라 항공유도 실린 것으로 알려졌다. 울산에서 러시아로 옮겨진 정제유는 약 3만t 규모로 전해진다.
케이플러에 따르면 동북아시아에서 러시아로 석유제품이 수출된 직전 사례는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하기 직전인 2022년 2월이었다. 당시 해당 유조선은 한국 여수에서 출항했으며 약 2만 2000배럴 규모의 항공유가 실려 있었다고 추정된다.
푸틴, 경유 수출 금지 조치 연장지난달 31일 러시아 정부는 공식 성명에서 자국 생산업체의 경유 수출 금지 조치를 오는 9월 30일까지 연장한다고 밝혔다. 기존 수출 금지 기한은 8월 31일까지였다.
이번 조치에는 선박 연료와 가스 오일 수출도 포함됐으며, 러시아 당국은 “자국 내 연료 시장 안정을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우크라이나 정보당국은 “수십 년간 에너지 강대국으로 자리매김해 온 러시아는 전투기 및 민간 항공기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 자국 항공유 수출을 일시적으로 금지하는 조치를 공식 도입했다”면서 “이에 따라 외국에서 제트 A-1 항공유를 수입할 방법을 모색할 수밖에 없게 됐다”고 밝혔다.
현재까지 사할린섬에서 발생한 헬기 추락 사고가 연료 공급 부족 사태와 직접 연관이 있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사고 발생 지역인 사할린섬은 올해 우크라이나의 공습이 가장 집중적으로 이뤄진 러시아 서부 정유시설에서 약 6000㎞ 떨어져 있지만, 우크라이나가 언급한 제트 A-1 항공유를 공급받는 두 항구 중 한 곳인 블라디보스토크는 사할린과 같은 러시아 극동 지역에 있다.
국제사회에서는 현재 러시아의 연료난이 매우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고 보고 있다.
로이터는 지난달 28일 “8월 말 러시아의 휘발유 생산량이 국내 수요의 70% 수준으로 감소했다”며 “일부 지역에서는 구매 제한과 차량 번호에 따른 판매 일정까지 다시 도입됐을 정도”라고 전했다.
상트페테르부르크 인근의 한 주민도 로이터에 “차에 기름을 넣기 위해 1시간 20분이 넘게 기다렸다”면서 “우리는 (연료난이) 정말 심각해지고 있다는 것을 체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송현서 기자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