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로커스트 X3는 30㎾급·차량형, 韓 천광 블록-I은 20㎾급 고정형
출력·운용조건 달라도 공통점은 ‘고가 미사일 대신 저비용 드론 요격’
미국이 한 차례 발사 비용이 6800원 안팎인 고에너지 레이저 무기를 본격 양산한다. 한국군이 운용하는 레이저대공무기 ‘천광’의 1회 발사 비용은 약 2000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두 무기는 출력과 운용 방식, 대응 표적이 달라 단순히 가격만 놓고 성능을 비교할 수는 없다. 다만 값싼 드론을 잡기 위해 고가 요격미사일을 소모하는 ‘비용 역전’을 해결하려는 목적은 같다.
미 군사전문매체 브레이킹디펜스와 디펜스스쿱은 2일(현지시간) 미 육군이 에어로바이런먼트(AV)와 ‘지속형 고에너지 레이저’(E-HEL) 사업 계약을 체결했다고 보도했다. 계약 규모는 4억 6480만 달러로 현재 환율 기준 약 6300억원이다. 미 육군이 고에너지 레이저 무기를 시제품 단계에서 본격 양산으로 전환하는 첫 계약이다.
미 육군이 선택한 체계는 30㎾급 ‘로커스트 X3’다. 최대 600㎏급인 그룹 3 무인기까지 대응하도록 설계했으며, 차량에 탑재해 이동하면서 운용할 수 있다. 에어로바이런먼트는 앞으로 수년간 수십 대를 공급하고 초기 물량은 1년 안에 인도할 예정이다.
싼 드론에 비싼 미사일…美도 ‘교환비’ 고민
미군이 레이저 양산에 속도를 내는 가장 큰 이유는 드론전에서 드러난 비용 문제다.
이란의 샤헤드 계열처럼 상대적으로 값싼 자폭드론을 패트리엇이나 사드(THAAD) 같은 고가 방공미사일로 계속 요격하면 공격하는 쪽보다 방어하는 쪽이 더 큰 비용을 떠안는다. 최근 미·이란 충돌에서도 이런 고가 요격탄 소모 문제가 다시 부각됐다. 디펜스스쿱은 로커스트 X3의 한 차례 발사 비용이 5달러 미만이라고 전했다.
로커스트 X3는 탄약 대신 전력을 사용한다. 전력과 냉각 능력을 유지하는 동안 반복 사격이 가능해, 다수 드론을 상대하면서 값비싼 미사일은 더 위협적인 표적에 남겨둘 수 있다.
에어로바이런먼트 관계자는 로커스트의 역할을 값싼 표적을 먼저 제거해 고가 요격체계의 소모를 줄이는 수단으로 설명했다. 미 육군도 레이저가 미사일 같은 운동에너지 무기보다 훨씬 낮은 비용으로 드론을 격추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로커스트 계열은 이미 실전과 가까운 환경에서도 사용됐다. 미군은 최근 미국 남부 국경에서 에어로바이런먼트의 레이저 체계를 이용해 적대적 드론 3대를 격추했다고 밝혔다. 다만 당시 사용한 구체적인 로커스트 모델은 공개하지 않았다.
韓 천광은 한 발 2000원대…국산화율 90%
한국은 미국보다 먼저 레이저 대공무기를 실전 전력화했다.
방위사업청에 따르면 천광 블록-I은 2024년 12월 전력화됐다. 20㎾급 고출력 섬유 레이저를 소형 무인기와 드론에 집중 조사해 엔진이나 전자장비를 무력화한다. 1회 발사 비용은 2000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한국은 지난 5월 천광의 핵심 부품인 레이저발진기 국산화에도 성공했다. 방사청은 국산 발진기를 적용하면서 국산화율이 기존 76%에서 90%로 높아졌고, 드론·무인기 격추 시간도 기존의 절반 이하로 줄었다고 밝혔다.
천광 블록-I과 로커스트 X3는 같은 레이저 대드론 체계지만 차이가 있다. 천광은 20㎾급 고정형 체계인 반면 로커스트 X3는 30㎾급으로 차량 등에 탑재해 이동 운용하는 방식이다. 이 때문에 2000원과 6800원이라는 발사 비용만으로 어느 체계가 더 효율적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
레이저의 위력도 출력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표적의 크기와 속도, 거리, 추적 정밀도, 레이저를 한 지점에 얼마나 오래 집중할 수 있는지, 비·안개·먼지 같은 기상 조건도 영향을 준다.
최근 우크라이나 전쟁에서는 시속 500~600㎞에 달하는 제트 추진 드론까지 등장하면서 대드론 방어 난도가 더 높아지고 있다. 이런 고속 표적은 레이저 하나만으로 대응하기보다 미사일과 기관포, 전파교란, 요격드론 등을 함께 운용하는 다층 방공망이 필요하다.
한국도 천광을 끝으로 보지 않는다. 방사청은 출력과 정밀도를 높이고 기동성을 강화한 후속 레이저 체계를 개발하는 방향으로 사업을 이어가고 있다.
결국 미국의 로커스트 X3와 한국의 천광이 보여주는 변화는 같다. 레이저 방공 경쟁의 핵심이 이제 ‘드론을 맞힐 수 있느냐’에서 ‘얼마나 싸게, 반복해서, 많은 표적을 막을 수 있느냐’로 이동하고 있다는 점이다. 값싼 드론이 전장을 뒤덮을수록 방어 비용을 낮추는 능력이 차세대 방공망의 경쟁력을 좌우할 전망이다.
윤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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