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민주화 역사의 성지’ 세실레스토랑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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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9년 문을 연 서울 중구 정동의 세실레스토랑이 30년의 역사를 뒤로 하고 간판을 내린다.



공권력이 들어올 수 없는 성공회 건물 지하에 위치한 세실레스토랑은 시국사건으로 수배 중이던 인사들의 은신처로 애용되기도 했으며 군부 독재시절 민주화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장으로 명성을 얻었다.



특히 87년 6월 항쟁 당시 야당대표였던 김영삼, 김대중 두 전직 대통령이 이곳에서 민주화 선언문을 낭독했다. 그러나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를 거치면서 보수단체들의 기자회견장으로 이용되기도 했다.

정충만(52) 지배인은 “촛불집회로 접근이 어려워지면서 월 5천만 원이었던 매출이 1천만 원 이하로 떨어졌다.”면서 “더 이상 임대료를 낼 형편이 안돼 문을 닫기로 했다.”고 밝혔다.



또 “민주화를 외치던 성지 같은 이곳이 없어지게 되어 아쉽다.”며 “민주화정신을 승계할 수 있는 장소로 남았으면 좋겠다.”고 희망을 피력했다.



▶세실레스토랑의 역사적 의미는.

많은 사람들이 세실레스토랑을 아끼게 된 동기는 성공회 안이라는 종교적인 위치에 있기 때문인 거 같다. 시국관련 문제로 수배 중이던 사람들이 많이 이용했다. 그 당시에는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공간이 턱없이 부족했기 때문에 많은 젊은이들이 이곳에 모여 나라를 걱정하고 토론을 펼치면서 자연스레 ‘민주화의 성지’같은 곳이 됐다.



▶세실이란 이름은 어디서 나왔나.

세실리아라는 유서 깊은 명문 귀족의 규수가 서민 남자와 결혼을 해야 하는데 율법적인 문제로 난관에 부딪치게 되었다. 이를 타파하기 위해 종교개혁의 선구자로 나서게 된 세실리아의 이름을 따와 세실레스토랑이란 이름을 붙이게 됐다.



▶가장 기억에 남는 손님은.

정치인뿐만 아니라 토요일이 되면 이곳에서 맞선들을 자주 본다. 특히 사법연수원 출신들이 여기서 맞선을 보면 결혼이 꼭 이루어진다고 한다. “덕수궁 돌담길을 걸으면 깨진다.”는 속설도 있는데 “세실이 참 축복받은 곳이구나.”라고 느낄 때가 많다. 그래서 그런지 문화인이나 산악인, 체육인들도 이곳에 오면 마음이 편안하다고들 한다.



▶사인을 남긴 사람들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사람은.

영화감독 박찬욱씨나 변양균‧신정아씨도 기억에 남지만 가수 조영남씨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조영남씨가 일본에 갔을 때 신사인 줄 모르고 참배를 했다가 국내에서 어려움을 많이 겪었는데 이곳에서 기자회견을 한 뒤 사인을 했다.



▶문을 닫게 되는 감회는.

‘민주’라는 말을 꺼내기도 어려운 시절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대통령을 욕할 수 있을 만큼 민주화가 되었다. 그동안 민주화를 위해 싸우고 노력했던 사람들의 발자취가 남은 이곳이 없어진다는 것이 마음이 아프고 아쉽다.



▶앞으로 세실레스토랑은 어떻게 되나

12일 폐업계를 내고 문을 닫는다. 너무 낡아서 인테리어를 다시 해서 거듭나려고 했었지만 경제적인 문제로 그렇게 할 수 없었다. 세실레스토랑을 소규모 국제컨벤션센터로 만드는 계획을 성공회에 제안하기도 했지만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이곳을 다녀갔던 수많은 사인의 주인공들을 생각해서라도 무엇인가 승계할 수 있는 공간으로 꼭 남았으면 한다.

서울신문 나우뉴스TV 손진호기자nasturu@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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