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운 감독 영화 ‘장화, 홍련’의 할리우드 리메이크작인 ‘안나와 알렉스: 두자매 이야기’(미국 상영 제목 The Uninvited)가 미국에서 흥행에 성공했다.
지난 2월 전미 2344개 스크린에서 개봉한 ‘안나와 알렉스: 두자매 이야기’는 개봉 첫 주 1000만 달러 이상의 수익을 올리며 전미 박스오피스 3위에 올랐다. 신인급 배우들과 신인감독, 비교적 저예산이라는 사실을 고려할 때 한국원작으로는 최고의 흥행 성과인 셈이다.
할리우드는 왜 한국 고전공포에 매료됐을까? ‘장화, 홍련’은 웰메이드한 소재에 장르영화의 새로운 트렌드를 제시하고 싶었던, 영화 ‘링’ ‘맨인블랙’ ‘글라디에이터’ ‘마이너리티 리포트’ 공동제작자 월터 F 파커스와 로리 맥도널드의 시선을 붙잡았다.
프로듀서 워터 F 파커스는 “할리우드에서 공포영화는 저예산 장르로 치부돼 왔지만 로버트 와이즈 감독의 ‘헌팅’, 로만 폴란스키의 ‘악마의 씨’, 윌리엄 프리드킨의 ‘엑소시스트’, 브라이언 드 팔마의 ‘캐리’ 등 거장 감독들의 걸작들이 있었던 시기가 있었다.”며 “우리는 ‘장화, 홍련’에서 그런 공포영화를 만들 수 있다는 가능성을 발견했다.”고 말했다.
제작자 월터 F 파커스와 로리 맥도널드는 ‘장화, 홍련’ 리메이크 결정 이유와 흥행 성공 이유로 시대와 문명을 넘어선 고전의 힘과 할리우드 최강의 제작진을 꼽았다.
엄마의 죽음이라는 근원적 비극과 집안에서 벌어지는 미스터리한 공포는 시대를 초월해 누구나 공통적으로 느낄 수 있는 감정이어서 관객들의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다. 엄마를 잃은 10대 소녀들의 눈에 비친 계모라는 새로운 가족에 대한 윤리적 불신이 그 뿌리에 있는 것이다.
가족 구성원간의 비극이 주는 가장 본질적인 두려움과 죄의식이 흥행의 뿌리라면 ‘장화, 홍련’의 현대적 스타일과 구성은 두 번째 이유다. 죄와 벌이라는 고전의 단선적 구조를 현대적으로 각색, 새로운 미스터리와 반전의 매력을 살렸다. 윤리적 죄의식과 공포라는 고전의 단순함을 새로운 지적 호기심과 흥미의 영역으로 확장시킨 것이다. 뛰어난 미적 효과 역시 21세기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중요한 요소가 됐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김지운 감독 스스로 자신의 ‘장화, 홍련’과는 다른 작품이라는 증언을 했을 만큼 ‘안나와 알렉스: 두자매 이야기’는 새로운 이야기와 결말로 충격을 안긴다. 할리우드 제작진이 주목한 부분은 가족 내에서 10대의 보수적 윤리의식과 현대의 병리적 심리현상으로 알려졌다. 오는 4월9일 개봉될 예정.
서울신문NTN 홍정원 기자 cine@seoulnt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