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요계에는 ’대형 기획사 소속 = 1위’ 라는 통념이 팽배해 있다. 그만큼 3大 기획사로 좁혀지는 ‘가요계 1위 족보’는 오랫동안 이변이 없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여기에 의미 있는 예외를 남기는 이들이 있다.
소위 ‘소속사의 후광’ 없이도 1위를 안은 스타들. 각 소속사가 털어 놓은 비하인드 스토리를 공개한다.
◆ ‘연습 머신’ 손담비 “아름다운 1위”
최근 가요계는 ‘손담비 열풍’에 휩쓸렸다.
지난 달 10일 KBS 2TV ‘뮤직뱅크’에서 타이틀곡 ‘토요일 밤에’로 생애 첫 1위를 안은 손담비는 지난 3일 생방송으로 진행된 SBS ‘인기가요’에서 3주 연속 1위를 차지하며 ‘미쳤어’에 이어 히트송 2연타를 때려냈다.
손담비의 소속사 플레디스 엔터테인먼트는 1위 후 남다른 감회를 전하며 “아름다운 1위”라고 말했다.
정해창 플레디스 엔터테인먼트 이사는 “약 1년여간 대형 소속사 아닌 가수가 1위를, 그것도 2주 만에 거머쥔 경우는 단 한 번도 없었다.”고 밝히며 고된 연습 끝에 영광을 안겨준 손담비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2007년 6월 데뷔해 약 2년여 만에 이룬 쾌거였다. 손담비는 1위 트로피를 안고 펑펑 울었던 이유에 대해 “실감이 나지 않았다. 하루 16시간 이상을 연습실에서 매진했다. 지난 날들이 필름처럼 스쳐 가는데 눈물이 쏟아지더라.”고 회상했다.
손담비의 정상 행진에 같은 소속사의 신인 그룹 애프터스쿨도 힘을 얻고 있다.
소속사 측은 “애프터스쿨은 데뷔곡 ‘아(AH)’로 10위권 내에 진입했고 신곡 ‘디바(DIVA)’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며 “손담비의 사례가 후배들에게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 장나라 “소속사 가수 한 명이었지만, 1위”
이에 앞서 데뷔 후 바로 1위를 안았던 가수로 장나라가 있었다.
2001년 1집 ‘퍼스트 스토리(First Story)’를 발표하고 ‘눈물에 얼굴을 묻는다’를 정상에 올려놓은 장나라 역시 출발은 소규모 소속사였다.
당시 장나라의 소속사 매니저는 “회사에 소속 가수가 한 명이었다.”며 “자그마한 얼굴에 큰 눈동자가 인상적인 가수 한 명이 인사를 했는데 그가 바로 장나라였다.”고 밝혔다.
하루 3시간도 채 못자는 지옥 스케줄의 연속이었지만 장나라의 열의는 대단했다. 2집 ‘스위트 드림(Sweet Dream)’으로 1위 자리를 굳힌 장나라는 시트콤 MBC ‘뉴논스톱’과 SBS드라마 ‘명랑소녀 성공기’를 통해 최고의 스타 반열에 합류했다.
현재 장나라는 배우로 컴백해 올 여름 개봉 예정인 영화 ‘하늘과 바다’ 촬영이 한창인 것으로 알려졌다.
◆ 브아걸 “女보컬그룹의 첫 반란, 1위”
브라운 아이드 걸스(Brown Eyed Girls, 이하 ‘브아걸’)의 1위는 많은 점을 시사했다.
제아(리더), 나르샤(보컬), 미료(래퍼), 가인(보컬)으로 구성된 브아걸은 ‘여성 보컬 그룹’으로서는 드물게 정상에 등극한 사례로 꼽힌다.
2006년 1집 ‘유어 스토리(Your Story)’로 데뷔한 브아걸은 약 2년 만에 미니앨범 타이틀곡 ‘러브(L.O.V.E)’로 소속사 내가네트워크를 빛나게 했다.
이후 브아걸은 탄탄대로에 올랐다. 지난 앨범에서는 ‘어쩌다’, ‘유(You), ‘마이 스타일(My Style)’에 이르기 까지 3곡을 히트시키는 저력을 과시했다.
소속사 내가네트워크 측은 “우리 회사의 경우, 규모는 크지 않지만 윤일상 프로듀서가 이끄는 실력파 뮤지션 팀이 구축돼 있어 메이다니, 브아걸 등 대중성과 음악성을 갖춘 가수들의 배출이 가능했다.”고 설명했다.
가요계 정상의 자리는 더 이상 대형 소속사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그들보다 몇 배에 이르는 땀과 노력으로 값진 1위를 일궈낸 이들이기에, 그들이 흘린 뜨거운 눈물은 감동으로 와 닿는다.
서울신문NTN 최정주 기자 joojoo@seoulnt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