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영화 속의 ‘박사’라는 기능적인 역할에 가족애라는 감성을 심은 박중훈은 ‘해운대’라는 영화 역시 기술이 아닌 감정적 드라마가 핵심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문법’ CG VS ‘핵심’ 드라마
“‘해운대’는 시각적인 부분을 특히 공들여 만든 재난영화입니다. 이 시각적 구현이 ‘해운대’의 배우와 제작진 모두가 가장 부담을 느끼는 부분입니다.”
1980년대와 199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관객들은 국내 영화에 관대했다. 한국영화가 이만큼 해낸 것도 대견하다는 ‘면죄부’가 사라진 것은 국내 영화 기술의 급속한 성장 때문이었다.
“이제 관객들은 한국영화에서도 할리우드 수준을 기대하잖아요. 그리고 이런 시각적인 효과가 영화 자체를 평가하는 기준이 되는데, 사실 컴퓨터그래픽(CG) 같은 기술은 영화를 이루는 문법적인 측면 중 하나일 뿐 아닙니까.”
맞춤법 상태가 훌륭하다고 좋은 글이 되는 것이 아닌 것처럼, 영화를 평가하는 잣대가 오직 CG에만 치중되는 것도 문제가 있다고 박중훈은 따끔하게 지적한다. ‘해운대’는 단순히 한국영화의 기술력만을 뽐내기 위한 영화가 아니라는 것이다.
“물론 ‘해운대’는 CG에 아주 공을 들인 영화입니다. 시각적인 부분도 아주 훌륭할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아요. 하지만 관객들이 ‘해운대’의 ‘사람냄새 나는 드라마’에 더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오는 23일 개봉을 앞둔 ‘해운대’ 이후 또 어떤 모습으로 관객들 앞에 나설 것이냐는 질문에 박중훈은 일단은 ‘해운대’에서의 활약을 차분히 지켜봐 달라는 당부부터 전했다.
“기대했던 만큼 관객들의 호응을 얻지 못한다면 실망스럽겠지만 마냥 풀 죽지도 않을 겁니다. 모두 최선을 다했으니까요. ‘해운대’의 완성도만큼만 평가받았으면 좋겠습니다.”
지난 4개월을 토크쇼를 통해 ‘인터뷰하는 사람’으로 지낸 박중훈은 오히려 인터뷰에 임하는 자세를 배웠다고 역설했다.
누군가의 선택에 응하는 것이 얼마나 좋은 일인지, 일방적으로 선택을 받아왔던 과거에는 몰랐다는 박중훈은 자신의 이름을 건 토크쇼의 실패도 아름다운 경험으로 바꾸었다.
앞으로도 인터뷰 의뢰를 받을 때면 매너 있는 자세와 적극적인 마음으로 임하겠다는 박중훈의 다짐에서 배우 본연의 자세는 어김없이 뿜어져 나왔다.
서울신문NTN 박민경 기자 minkyung@seoulntn.com / 사진=강정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