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엽이 1군에 복귀했다. 지난 13일 2군으로 내려간 이후 정확히 보름만이다.
2군으로 강등될 때만 해도 이처럼 빠른 복귀는 예상하지 못했다. 하지만 지금 팀 사정상 이승엽이 필요한 시점이고 2위 주니치(51승 1무 34패)가 턱밑까지 쫓아온 상황이라 그를 전력 외로 분류할 수 없다는 하라 감독의 결심이 그를 1군으로 끌어올렸다.
이승엽 1군 승격 이유
후반기를 앞둔 요미우리는 50승 7무 28패로 주니치에게 2.5게임차 앞선 1위를 달리고 있다.
만약 주니치와 만나는 도쿄돔 3연전에서 스윕을 당하게 된다면 1위 자리를 내줘야 한다. 하라 감독은 이번 3연전을 후반기 1위 수성의 분수령으로 보고 있다.
이승엽은 올시즌 타율 .235를 기록하고 있지만 주니치를 상대로는 33타수 11안타(.333)로 유독 강한 모습을 보였다.
특히 이번 3연전 첫경기 상대 선발이 첸 웨인이란 점도 이승엽의 1군 복귀를 서두른 이유다.
올시즌 이승엽은 첸을 상대로 5타수 3안타를 기록중이다.
27일 이승엽은 세스 그레이싱어와의 라이브 배팅에서 2타수 무안타를 기록했다. 겉으로 드러난 성적은 아쉽지만 좌측 폴대 옆을 지나는 큼지막한 파울홈런을 쳐내 ‘홈런인지감각’ 만큼은 여전하다는 것을 보여줬다. 이 타구는 하라감독이 이승엽을 1군으로 올리는데 있어 결심을 하게 된 동기가 됐다.
박빙의 투수전에선 한방이 승패를 결정짓는다
이번 주니치전에 나설 요미우리 선발투수는 위르핀 오비스포-디키 곤잘레스-토노 슌이 예정돼 있다.
오비스포는 요미우리 육성군 출신으로 올시즌 기량이 일취월장, 팀 선발의 한축을 담당하고 있다. 6월 16일 1군에 승격된 후 3승 무패 평균자책점 1.82로 고질적인 제구력 불안을 말끔히 씻어냈다. 네임밸류상으로는 ‘땜빵 선발감’이 맞지만 지금 그의 구위는 요미우리 선발진 중 단연 최고다. 후반기 첫경기 선발을 그에게 맡긴 것은 그만큼 오비스포의 컨디션이 최고라는 뜻.
디키 곤잘레스 역시 펄펄 날고 있다. 팀내 최고 승률(8승 1패)을 기록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평균자책점 역시 2.11로 역시 믿음직스런 투수 중 한명이다. 올시즌 야쿠르트에서 요미우리 유니폼으로 갈아입었지만 기대 이상의 피칭내용으로 하라 감독의 신임을 받고 있다.
토노는 요미우리가 작년시즌부터 미래의 선발투수감으로 키운 투수로, 올시즌 들어 다소 승운(4승 5패 평균자책점 2.66)은 따르지 않고 있지만 구위만큼은 믿음직스럽다.
전반기 막판 8연승을 내달린 주니치의 상승세를 강력한 선발진으로 틀어막겠다는 하라 감독의 복안을 선발투수를 통해 엿볼수 있다.
주니치 역시 첸 웨인과 요시미 카즈키를 요미우리전에 출전시킨다. 요시미는 주니치의 실질적인 에이스 투수지만 올시즌 이승엽에게만 3홈런을 허용한 바 있다. 비록 전반기 부진속에 헤맨 이승엽이지만 이 투수들과의 상대전적은 공포를 주기에 충분했다. 하라 감독이 이승엽에게 요구하고 있는게 바로 이점이다. 팽팽한 투수전 양상을 띨 양팀의 대결에서는 큰 것 한방이 승패를 좌우 할수 있다는 전례를 이승엽을 통해 다시 한번 확인하기 위함이다.
이승엽은 2군에서 하체밸런스 강화 훈련과 타격시 몸이 앞으로 쏠리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힘써왔다.
비록 2군성적은 저조(15타수 3안타)했지만 이 과정에서 자신의 나쁜 버릇을 고치기 위한 연습배팅만큼은 충분했다고 하니 그 기대가 크다. 이승엽이 분명히 알아야 할점은 이번 1군 승격이 올시즌 자신의 운명을 결정짓는 시험무대란 사실이다. 이승엽의 경쟁자 중 한명인 외국인 타자 애드가르도 알폰소의 극심한 타격부진이 이승엽의 조기 1군 복귀를 도운 게 사실이기 때문이다.
이승엽이 이번 주니치전에서 하라 감독의 믿음에 어떤 모습으로 보답할지에 올시즌 그의 운명이 걸려 있는 셈이다.
서울신문 나우뉴스 일본프로야구통신원 윤석구 rock7304@hanam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