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주 앉은 배우 김영호에게는 야생적인 분위기가 감지된다. 남성적인 이목구비와 큰 체격에서 흘러나오는 카리스마 때문일까.
“‘미인도’의 김홍도 같은 무게감 있는 역할들도 제법 했고, 원래 생긴 것도 이래서 예전엔 검문에 걸리면 오해도 많이 받아봤어요.”
하지만 호탕하게 웃는 김영호에게는 따스한 인간미와 진지해서 오히려 귀여운 유머감각이 진하게 스며있었다.
◇ ‘부산’, 인간 아닌 ‘짐승’을 연기하다
오는 15일 개봉을 앞둔 영화 ‘부산’(감독 박지원·제작 오죤필름)에서 김영호는 부산 일대를 주름잡는 보도방 사장 태석으로 분했다. 그는 이번 캐릭터를 주저 없이 “인간 이하”라고 표현했다.
“이번엔 단순히 나쁜 남자 정도가 아니에요. 태식은 사랑의 감정이나 사회의 규범 따위는 애초에 갖고 태어나지도 못한 ‘놈’입니다.”
그는 잠시 영화 촬영 당시를 회상하더니 말을 고쳤다. 태석이란 인물은 ‘놈’도 못되는, 세렝게티 초원의 ‘야수’ 그 자체였다고.
“18년 간 몰랐던 아들(유승호 분)을 갑자기 만난 태석은 바닥에 침을 뱉어버려요. 병들고 비실하게 마른 소년, ‘이건 뭐야 재수 없게’라고 생각한 거죠.”
거친 태석을 연기하기 위해 김영호는 일부러 촬영장에서도 말을 아꼈다. 배우들과 스태프들이 눈치를 보며 곁에 오지도 못했을 정도였다.
“하지만 결국 태석도 아들에게 끌리는 아버지의 사랑을 주체하지 못해요. 죽어가는 아들을 지키기 위해 몸부림치면서 짐승 내면에 억눌렸던 부성(父性)이 폭발하게 됩니다.”
◇ ‘부산’, ‘해운대’를 기대해 본다
영화 ‘해운대’ ‘애자’ 등 올해는 부산을 배경으로 한 작품들이 쏟아졌다. 영화 ‘부산’은 제목부터가 ‘부산’이다.
그렇다면 김영호의 극중 대사는 부산 사투리일까. 그의 대답은 “아니다.”였다.
“태석은 설정이 서울 사람이에요. 단지 어릴 때 부산으로 흘러들어 정착했을 뿐이죠. 그래서 저도, 극중 제 아들인 (유)승호도 부산 사투리는 쓰지 않습니다. 승호도 우기던데요. ‘아빠’가 서울말 쓰니까 자기도 서울말을 써야한다고.”
김영호는 극중 대사를 부산 사투리로 했다면 영화가 더 강렬해졌을 것 같다고 솔직하게 고백했다.
“하지만 태석이란 인간이 워낙 강해야죠. 사투리까지 썼다면… 한 번 보세요. ‘니가 해~라.’ 그렇죠? 강렬함이 좀 지나쳤을 겁니다.”(웃음)
카리스마 넘치는 표정으로 어설픈 부산사투리를 흉내내는 김영호에 인터뷰 장소는 웃음바다가 됐다.
영화 ‘친구’가 보여준 남자들의 이야기를 넘어 아버지와 아들의 관계라는 고전적인 소재를 뜨거운 눈물로 풀어낸 영화 ‘부산’. 김영호는 이 영화가 ‘해운대’보다 더 잘 됐으면 좋겠다는 욕심을 드러내며 껄껄 웃었다.
서울신문NTN 박민경 기자 minkyung@seoulntn.com / 사진=현성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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