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공 월드컵은 막을 내렸지만 부부젤라 후유증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특히 축구사랑이 남다른 남미 여러나라에서 부부젤라가 골칫덩이로 떠오르고 있다.
페루 프로축구협회는 최근 부부젤라 퇴출명령을 내렸다. 협회는 8일 성명을 내고 “앞으로 1부 리그 프로경기 때 부부젤라의 경기장 반입을 금지한다.”고 밝혔다.
협회가 이런 결정을 내린 건 부부젤라의 소음이 경기진행에 방해가 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페루 언론은 “부부젤라의 소리가 너무 커 심판들이 경기를 진행할 수 없어 협회가 이런 결정을 내렸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남미에서 부부젤라의 활동범위(?)는 이미 축구장을 벗어났다. 시위도구, 정치도구(?)로 진화를 거듭하면서 선풍적인 인기를 예고하고 있다.
남미 파라과이가 그 대표적인 사례. 페르난도 루고 대통령이 국정연설을 한 지난 2일 파라과이 국회에선 부부젤라가 본회의장에 등장해 한바탕 소란이 났다.
야당 상원의원이 대통령의 연설이 시작되자 부부젤라를 불기 시작했다. 국회의장은 “대통령의 연설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퇴장해 달라.”고 호소했지만 부부젤라의 소음에 눌렸다.
고깔모자를 쓰고 국회에 등원한 문제의 야당의원은 “지금의 정부는 서커스단과 같다. 서커스단에는 어릿광대가 빠질 수 없다.”고 광대 역할을 자처하면서 1시간 이상 쉬지 않고 부부젤라를 불어댔다.
그는 연설이 끝나자 축구심판처럼 레드카드를 꺼내 보이며 대통령에게 ‘퇴장명령’을 내렸다.
앞서 페루에선 지난달 공무원들이 24시간 파업과 함께 부부젤라 시위를 벌였다. 일부 중남미 언론은 “부부젤라가 앞으로 시위도구로 폭발적인 인기를 끌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서울신문 나우뉴스 남미통신원 임석훈 juanlimmx@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