젖먹이 아기를 차가운 길바닥에 누인 채 구걸을 해 지나가는 사람들의 동정심에 호소하던 중국 거지의 실상이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지난달부터 중국 후베이성 우한시 길거리에 허름한 행색의 40대 남성이 구걸을 시작했다. 매일 같은 장소에 나타나는 그는 스티로폼 상자에 생후 1년도 안된 여자 아기를 누인 채 지나가는 사람들의 동정심에 호소했다.
이 남성은 “가난과 흉작 때문에 돈이 없어서 제 딸에게 분유를 먹이지 못하고 있다.”는 글을 스티로폼 상자에 써놓고 도움을 호소했다. 안타까운 사연을 본 사람은 눈물까지 흘리며 주머니에 있는 돈을 털어주며 따뜻한 관심을 나눠줬다.
매일 적지 않은 돈을 챙기면서도 한 달 넘게 아기를 데리고 구걸을 하는 걸 수상히 여긴 우한의 한 석간신문은 며칠 간 관찰한 끝에 그가 아기 먹일 분유를 사려고 길거리에 나온 것이 아닌, 생후 1년도 안된 아기를 이용해 술과 음식을 사먹는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지난 8일(현지시간) 이 신문은 “이 남성은 매일 오전 근처 식당에서 비싼 음식을 시켜 술을 마셨으며 오후가 되자 아기를 두고 구걸을 시작했다. 아기가 울음을 터뜨려도 주위에 사람들이 없으면 본체 만 체였다.”고 전했다.
또 사람들이 통에 돈을 넣으면 잽싸게 주머니에 감춰 불쌍하게 보이려고 했다. 근처 상인들도 “아기를 위한다면 하루빨리 구걸을 그만둬야 할 텐데 이 남성이 충분히 돈을 벌었는데도 계속 길거리에 나오고 있으며 대신 그 돈을 술 마시는 데 펑펑 쓰고 있다.”고 귀띔했다.
뒤늦게 이 사실을 안 우한시 당국은 “이 남성이 차갑고 비위생적인 길바닥에 아기를 데리고 구걸을 하지 못하도록 제제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동안 이 남성에게 적선했던 행인들은 “아기가 불쌍해서 준 돈이 저 남성의 배만 불렸다.”면서 불쾌함을 감추지 못했다.
서울신문 나우뉴스 강경윤기자 newsluv@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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