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스포츠가 그렇듯이 결과론적인 얘기지만, 선더랜드전은 경기 시작 전부터 불안요소가 가득했던 경기였다. 1) 주전 수비수 존 테리와 알렉스가 나란히 부상을 당하며 결장했고, 2) 중원에선 프랑크 램파드(부상)와 마이클 에시엔(퇴장)이 빠졌다. 3) 그로인해 벤치는 어린 선수들로 가득했으며 4) 주포 디디에 드로그바는 말라리아 감염 이후 좀처럼 골 감각을 찾지 못하고 있었다. 5) 그리고 레이 윌킨스 수석코치는 선더랜드전을 앞두고 갑자기 경질됐다.
물론 이 모든 것이 단순한 핑계일 수도 있다. 만약 파울로 페헤이라가 놀라운 수비를 펼쳤다면, 하미레스가 에시엔의 공백을 완벽히 메웠다면, 그리고 드로그바가 시즌 초반의 득점 감각을 되찾았다면 선더랜드전은 ‘디펜딩 챔피언’ 첼시의 강인함을 재확인하는 경기가 됐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못했다. 첼시는 그동안 쌓였던 문제점들이 일순간에 터지며 홈 팬들 앞에서 고개를 떨궈야 했다.
① 센터백 l 존 테리와 알렉스
문제는 선더랜드전 패배의 후유증이 생각보다 더 심각하다는데 있다. 일단 가벼운 부상으로 여겨졌던 테리와 알렉스의 결장이 예상보다 길어질 전망이다. 주장 테리의 경우 최대 한 달간 출전이 불투명하며, 알렉스는 오른쪽 무릎 부상으로 수술이 결정되면서 6주에서 최대 8주간 스쿼드를 떠나게 됐다. 이는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두 선수가 동시에 이탈하면서 현재 첼시에 남은 중앙 수비수는 브라니슬라프 이바노비치 단 한 명뿐이다.
② 미드필더 l 램파드와 에시엔
선더랜드전은 램파드와 에시엔의 공백을 절감한 경기였다. 존 오비 미켈이 후방에서 홀로 고군분투했지만 두 선수를 대체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그 중에서도 가장 큰 아쉬움은 역시 ‘미스터 첼시’ 램파드의 빈자리였다. 시즌 초반 첼시는 아스톤 빌라와 리버풀 등 강팀과의 경기에서 득점을 만드는데 실패했다. 중원에서 창의력이 부족했고 그로인해 전방으로 연결되는 패스의 정확도가 떨어졌다. ‘사령관’ 램파드가 필요한 이유다.
③ 포워드 l 디디에 드로그바
드로그바가 침묵하자 첼시의 경기력도 덩달아 떨어진 모습이다. 시즌 초반 첼시는 램파드의 결장에도 불구하고 경기당 4골이 넘는 폭발적인 득점률을 자랑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경기당 1골도 성공시키지 못하고 있다. 플로랑 말루다와 니콜라스 아넬카 등 공격진의 전체적인 득점력 하락이 주된 원인이라 할 수 있겠지만, 역시 가장 큰 원인은 드로그바의 컨디션 난조다. 말라리아 감염 이후 그의 발끝은 상당히 무뎌졌다.
④ 수석코치 l 레이 윌킨스
감독도 아닌 코치가 바뀌었다고 해서 팀이 크게 흔들리진 않는다. 그러나 첼시 내에서 레이 윌킨스 수석코치의 영향력은 대단했다. 안첼로티 감독조차 그의 자서전을 통해 “윌킨스는 첼시의 푸른 피가 흐르는 인물이다. 지난 시즌 그가 없었다면 첼시는 더블을 달성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윌킨스를 극찬 했다. 실제로 영국 언론들도 윌킨스 코치의 경질이 테리를 비롯한 첼시 선수단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내다보고 있다.
⑤ 벤치멤버 l 교체카드 딜레마
’아스날의 레전드’ 이안 라이트는 영국 일간지 <더 선>을 통해 “로만 아브라모비치는 세상에서 가장 돈이 많지만, 첼시의 스쿼드는 그렇지 못하다”며 첼시의 얇은 스쿼드를 꼬집었다. 그의 말대로 올 시즌 첼시는 베스트11과 벤치의 실력 차이가 크다. 선더랜드전에서 첼시는 벤치에 무려 5명의 유스 출신(등번호 30번 이상의) 선수들을 앉혔다. 어린 선수들에게 1군에서 뛸 기회를 주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첼시의 경우 다른 빅 클럽과 비교해 지나치게 많은 것이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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