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첫 번째 주말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에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영국 북부지역을 강타한 이상한파로 인해 당초 예정됐던 블랙풀과 맨유의 ‘2010/2011 EPL 16라운드’가 취소됐기 때문이다. 영하의 기온에 블랙풀의 홈구장 블룸필드 로드의 잔디는 얼어버렸고 EPL 사무국은 논의 끝에 경기를 연기했다.
덕분에 맨유는 빡빡한 일정을 앞두고 달콤한 휴식을 갖게 됐다. 발렌시아(7일/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6차전)-아스날(13일/홈)-첼시(19일/원정)으로 이어지는 죽음의 일정을 앞두고 비교적 장기간 팀을 정비할 시간을 갖은 셈이다.
실제로 향후 세 경기는 올 시즌 맨유의 한해 농사를 좌우할 만큼 매우 중요한 경기들이다. 챔피언스리그의 경우 이미 16강 진출을 확정지었지만, 발렌시아전 경기 결과에 따라 조1위 자리를 확정지을 수 있다. 16강에서 레알 마드리드, 바르셀로나, 바이에른 뮌헨 등 강팀을 피하기 위해선 조1위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아스날과 첼시로 이어지는 2연전은 EPL 우승의 향방을 결정한 중요한 대결이 될 전망이다. 두 팀에게 모두 승리를 거둘 경우 승점 3점 이상의 큰 효과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맨유는 블랙풀전 연기로 인해 아스날, 첼시 보다 한 경기를 덜 치른 상태다. 상대방이 느낄 심리적 타격은 더 클 수밖에 없다.
그러나 블랙풀전 연기가 무조건 맨유에게 유리한 것은 아니다. 승격팀 블랙풀은 올 시즌 홈에서 매우 끈끈한 모습을 보여 왔다. 비록 대어를 낚진 못했지만 에버턴과 풀럼 등 객관적 전력에서 우위에 있는 팀들을 상대로 승점 1점을 획득했다. 그리고 맨시티도 가까스로 3-2 승리를 거둔 바 있다. 맨유의 승리가 반드시 보장된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또한 지금의 휴식이 향후 독이 될 가능성도 적지 않다. 일단, 블랙번전 7-1 대승의 상승세가 연속해서 이어지지 못했다는 점과 차후로 연기된 블랙풀 원정이 지금보다 더 빡빡한 일정을 앞두고 열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챔피언스리그 16강이 재기되는 2월 이후에 일정이 잡힐 경우 FA컵을 포함해 거의 매주 3경기를 치러야 할지도 모른다.
한 가지 더 찜찜한 사실은 라이벌 아스날이 순위 테이블 제일 꼭대기에 올라섰다는 점이다. 물론 맨유는 아스날 보다 한 경기를 덜 치렀다. 블랙풀과의 잔여 경기를 승리할 경우 아스날 보다 승점 2점을 더 앞설 수 있다. 이변이 없는 한 실질적인 1위는 여전히 맨유다. 하지만 앞서 언급했듯이 보장된 승리는 없다. 특히, 올 시즌 맨유는 원정에서 단 1승밖에 거두지 못하고 있다.
과연, 기상 이변으로 인한 뜻밖의 휴식은 맨유에게 약이 될까? 아니면 독이 될까? 지금은 종영한 사극 드라마 ‘선덕여왕’ 미실의 명대사처럼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리기 위해선 “하늘의 뜻이 조금은 필요한 것일까?” 맨유의 향후 행보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사진=맨유 공식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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