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네덜란드 에레디비지에 출신의 루이스 수아레스와 디르크 카윗의 콤비 플레이는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그들은 어느덧 옛말이 된 ‘제라드-토레스’라인을 지워버렸다.
달글리시 감독은 맨유를 상대로 4-4-1-1(혹은 4-4-2) 시스템을 가동했다. 막시-제라드-루카스-메이렐레스가 중원을 구성했고 수아레스와 카윗이 최전방에서 호흡을 맞췄다. 달글리시 감독이 그동안 재미를 봤던 스리백을 버리고 포백을 들고 나온 이유는 윙백 마틴 켈리가 웨스트햄전에서 부상을 당했기 때문이다.
수아레스와 카윗이 본격적으로 투톱을 구성하기 시작한 경기는 지난 2월 위건전 부터다. 이전까지 카윗을 원톱에, 라울 메이렐레스를 처진 공격수로 활용했던 달글리시 감독은 수아레스의 팀 적응이 끝나자 두 선수를 동시에 기용하기 시작했다.
물론 위건전의 경우 완벽한 투톱은 아니었다. 수아레스가 중앙보다는 측면에서 주로 경기를 풀어나갔기 때문이다.
위건전을 통해 첫 선을 보인 두 선수의 호흡은 웨스트햄 원정에서도 계속됐다. 하지만 이날도 수아레스와 카윗의 득점포는 터지지 않았다. 두 선수의 플레이보다는 팀의 전체적인 경기력이 좋지 못했다. 왼쪽 윙백 켈리가 부상으로 빠지며 경기 도중 3-5-2에서 4-4-2로 전환했고 갑작스러운 수비 시스템 변경은 1-3 완패를 불러왔다.
단순히 결과적인 측면에서 있어서, 이때까지 수아레스와 카윗의 조합은 실패에 가까웠다. 하지만 수아레스의 경우 골이 없었을 뿐 매 경기 상당히 위협적인 모습을 선보였고 카윗도 유로파리그에서 골 맛을 보는 등 실질적인 내용은 그다지 나쁘지 않았다. 달글리시 감독이 맨유전에서 두 선수를 계속해서 기용한 이유도 이 때문이다.
맨유전에 동시 출격한 수아레스와 카윗의 움직임은 경기 내내 위협적이었다. 최전방 원톱으로 경기를 시작한 카윗은 상대 진영에 머물지 않고 계속해서 경기장 곳곳을 누볐다. 좌우 측면은 물론 미드필더 진영 깊숙이 내려와 패스의 연결고리 역할을 했다.
그리고 수아레스는 중앙에서 측면으로 빠지며 공격 시에는 마치 윙포워드와 같은 움직임을 보였다.
수아레스와 카윗의 움직임은 리버풀에게 다양한 공격 옵션을 제공했다. 활동량이 풍부한 카윗은 전방부터 강한 압박을 가능하게 했고 드리블이 좋은 수아레스는 측면 윙어의 부재를 해결했다. 무엇보다 두 선수의 조합이 과거 토레스 원톱을 가동할 때보다 효과적인 이유는 바로 수비력에 있다.
특히 수아레스는 공격수임에도 무려 12번의 태클을 시도했고 이 중 10번을 성공했다.
물론 맨유전 한 경기만으로 ‘수아레스-카윗’ 라인이 과거 ‘제-토’라인 보다 뛰어나다고 단정 지을 수는 없다. 하지만 다소 기복이 심했던 ‘제-토’ 조합보다 다양성이란 측면에서 보다 효과적인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여기에 이날 데뷔전을 치른 ‘700억 사나이’ 앤디 캐롤이 가세할 경우 두 선수에게 부족한 높이 문제까지 완벽하게 해결할 수 있다.
웨스트햄전 패배 이후 다소 가라앉았던 리버풀의 ‘달글리시 열풍’은 맨유전 승리 이후 또 다시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리버풀에게는 단순히 승점 3점을 추가한 경기가 아니었다. 볼턴을 제치고 리그 6위로 뛰어오름은 물론 라이벌 맨유의 선두 행진에 제동을 걸었기 때문이다. 해트트릭의 주인공 카윗의 인터뷰처럼 리버풀에게는 “완벽한 하루였다.”
런던=서울신문 나우뉴스 유럽축구통신원 안경남 pitchactio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