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화가나 극 사실주의 화가들이 보여주는 붓끝의 기교가 아닌 가슴에서 배어나는 내면의 울림으로 도출해낸 권 작가의 추상 풍경 이미지는 바닷가의 모래언덕 풍경 같은 자연스러움, 신비스런 문양들이 점층적으로 어울린 풍경과도 같다.
권 작가가 말하는 ‘Visual Poetry’(비주얼 포이트리)는 색채로 표현된 자화상이다. 스스로에 대한 깨달음을 원하거나 존재의 불확실성을 고뇌하는 인간에 대해 끊임없이 사유하며 불투명한 자신의 내면을 돌아다보고 그 유동적인 혼란의 정체성을 색채를 통해 이야기하고 있다.
권 작가가 만들어내는 이 추상 언어의 대화체는 “아름다움을 줄 수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말한 현대 추상 미술의 창시자 칸딘스키(Wassily Kandinsky)의 발언처럼 정신적이며 철학적이고 관념적이다. 그녀는 언제나 이 혼란스럽고 유동적인 정체성의 단편들을 가장 자연 그대로의 모습과 색채로 나타내고자 한다.
그 과정에서 자신의 존재에 대한 ‘자화상’은 추상의 영역으로 숨어버리고, 색의 어울림이 주는 물결 속 추상 이미지를 관람객과 함께 소통하고 나누기를 기다리고 있다.
또한 권 작가는 이번 작품전을 통해 메마른 감성으로 이 시대의 각박한 현실을 사는 사람들의 감정을 정화하고자 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Visual Poetry로 대표되는 회화 신작 20여 점 이 외에도 회화의 새로운 번안을 미디어라는 기술 속의 그리기로 결합한 그녀만의 현대적 감각이 돋보이는 영상 작업도 함께 만날 수 있어 전시의 재미를 더할 예정이다.
사진=아트블루
서울신문 나우뉴스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