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가 살아있다는 걸 증명하고 싶었다.”
영국의 한 30대 여성이 어린시절 자신을 성적으로 짓밟았던 양아버지를 20년이나 흐른 최근에야 강간혐의로 고소했다. 주위의 만류와 비난에도 굴하지 않았던 이 여성의 용기는 신고를 주저하는 다른 성폭행 피해자들에게 힘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9일(현지시간) 이스트 런던에 사는 티나 렌튼(36)은 양아버지 데이비드 무어(59)에 14년 징역형이 확정되자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어린시절 무려 9년 간 양아버지에게 숱한 성적인 학대를 받아왔던 렌튼은 이제야 상처가 조금씩 치유되는 기분이 들었다.
그녀의 시련은 1981년으로 거슬러 올라갔다. 어머니와 결혼하면서 한집에 살게 된 무어는 6세 렌튼에 짐승짓을 서슴지 않았다. 렌튼은 어머니와 선생님에게 구원의 손길을 뻗었지만 소녀의 아픔은 외면당했고, 학대는 집을 떠나기 직전인 15세까지 계속됐다.
19세 때 뜻하지 않은 임신을 하게 된 렌튼은 학업을 이어갈 수 없었다. 이후 그녀는 어린 시절 학대의 아픔을 품은 채 가정주부로 살아가다가 2006년에야 에식스대학 법학과에 입학, 다시 공부를 시작했다. 법을 전공하면서 정의의 가치에 눈을 뜬 렌튼은 양아버지를 법의 심판대에 세우기로 결심했다.
하지만 그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양아버지 혐의에 대한 공소시효는 남아있었지만 주변의 만류가 적지 않았던 것. “어머니와 여전히 살고 있는 양아버지를 왜 고소하려고 하냐.”는 주위의 원망도 있었다. 하지만 렌튼은 6개월 동안 학대증거 수집 등 소송준비를 한 뒤 무어를 법정에 세웠다.
그녀는 “20년이란 세월이 흘렀지만 성적학대로 인한 트라우마는 절대 사라지지 않았다. 나의 어린 시절을 짓밟은 양아버지를 처벌하지 않고는 내 인생을 변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결심이유를 밝혔다. 성매매 방지법(Sexual Offences Act)에 따라 로튼은 유죄가 확정됐다.
렌튼은 판결에 만족해했다. 15세, 16세 아들도 그녀의 용기와 선택에 지지를 보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녀는 “나와 같은 피해를 입은 어린이나 여성들이 정의의 이름으로 당당해질 수 있기를 소망한다.”고 밝혔다.
서울신문 나우뉴스 강경윤기자 newsluv@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