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지난달 30일(현지시각) 양 5000여 마리와 소 60여 마리가 모여 이동권을 보장하라며 시위를 벌였다.
자유롭게 이동하면서 풀을 뜯어먹을 권리를 요구하며 벌인 가축시위를 배후에서(?) 조정한 건 물론 사람이다.
마드리드 인근의 농장주들이 가축 떼를 끌고 마드리드에 입성해 시위를 벌였다. 사연은 이렇다.
스페인 남부와 북부의 중간지점에 있는 마드리드는 과거 작은 도시였다. 도시엔 계절이 바뀔 때 날씨가 따뜻한 곳을 찾아 가축 떼가 이동하던 2개의 길이 있었다.
오래 전 한 목자가 25마라베디스(11세기 스페인의 화폐단위)를 주고 가축떼의 이동권을 당국으로부터 보장받았다는 전설까지 내려오고 있다.
길을 따라 추운 겨울에 따뜻한 지방으로 가축 떼를 몰고 이동할 수 있는 권리를 샀다는 것이다.
1273년 창설돼 아직까지 역사를 이어가고 있는 현지 목자협회에 따르면 이 목자가 돈을 주고 이동권을 보장받은 길의 길이는 12만5000km에 이른다.
마드리드 중심부의 ‘푸에르타 델 솔’은 가축 떼의 이동경로였던 2개 길 중 한 곳을 차지하고 펼쳐져 있는 광장이다.
농장주들은 “가축들의 기득권을 인정하라.”며 18년째 가을이면 가축 떼를 몰고 마드리드에 입성, 시위를 벌이고 있다.
서울신문 나우뉴스 해외통신원 손영식 voniss@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