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에서 취식 막아야” 처벌론 확산…외국인 탓엔 “본질은 관리” 반론
‘기운 좋은 산’으로 입소문을 탄 관악산 정상 인근 웅덩이가 붉게 물들었다. 누군가 컵라면 국물과 음식물, 쓰레기를 그대로 버린 탓이다. 시민들은 “산에서까지 굳이 라면을 먹어야 하느냐”며 분노했다. 일부는 취식 제한과 고액 과태료를 요구했다. 그러나 댓글창에서는 확인되지 않은 외국인 책임론과 정치 혐오성 반응도 번졌다. 이번 논란이 던진 질문은 분명하다. 누가 버렸는지 상상하며 싸울 것이 아니라 왜 이런 일이 반복되는지 따져야 한다.
4일 경기 과천시에 따르면 최근 관악산 정상 부근 한 웅덩이에 붉은 국물과 음식물, 쓰레기가 뒤섞인 모습이 온라인 커뮤니티와 소셜미디어를 통해 퍼졌다. 사진 속 물웅덩이는 컵라면 국물로 물든 듯했고 주변에는 음식물 찌꺼기와 각종 쓰레기가 떠 있었다.
과천시는 이날 현장을 찾아 오수를 바가지 등으로 퍼내고 쓰레기를 수거했다. 시는 당분간 현장에 직원을 배치해 투기 행위도 감시한다. 앞서 인근 바위에서는 스프레이 낙서가 발견돼 긴급 제거 작업이 이뤄졌다.
관악산은 최근 방문객이 크게 늘었다. 지난 1월 한 방송에서 “서울에서 기운이 좋은 산”이라는 언급이 나온 뒤 소셜미디어를 중심으로 ‘운이 트이는 산’이라는 게시물이 퍼졌다. 취업이나 시험을 앞둔 젊은 층까지 몰리면서 연주대 일대에는 휴일마다 인파가 집중됐다. 노동절인 지난 1일에는 서울시와 과천시, 안양시가 안전사고 우려를 이유로 입산 자제와 안전 유의를 당부하는 긴급 재난안전 문자까지 보냈다.
◆ “산에서 라면 못 먹게 해야”…분노는 처벌론으로
첫 번째 시선은 강한 처벌 요구다. 시민들은 이번 일을 단순한 실수가 아니라 기본을 어긴 행동으로 봤다. 댓글에는 “등산 끝나고 내려와서 먹으면 안 되느냐”, “집에 와서 먹으면 되지 꼭 산에서 먹어야 하느냐”, “산에서 라면을 못 먹게 해야 한다”는 반응이 이어졌다.
단속과 과태료를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많았다. “계도로는 안 된다”, “과태료를 세게 물려야 한다”, “원상복구 비용까지 청구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일부 이용자는 싱가포르식 고액 과태료를 언급하며 “한 번 걸리면 다시는 못 버리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런 반응은 단순한 분노에 그치지 않는다. 특정 장소가 방송과 소셜미디어를 타고 갑자기 유명해지면 방문객은 빠르게 늘어난다. 하지만 관리 기준과 단속 인력은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한다. 시민의식만 탓해서는 같은 일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 “외국인 탓부터?”…분노가 혐오로 흐른 댓글창
두 번째 시선은 댓글 여론을 향한다. 일부 이용자는 버린 사람을 외국인으로 단정했다. 특정 국적을 거론하거나 “외국인 입산을 막아야 한다”는 식의 주장도 나왔다. 정치인을 끌어들이거나 특정 지역·성향을 공격하는 글도 섞였다.
하지만 현재 공개된 정보만으로는 누가 버렸는지 확인되지 않았다. 특정 국적이나 집단을 가해자로 지목할 근거도 없다. 다른 이용자들은 “무조건 남 탓만 하지 말고 우리 시민의식도 돌아봐야 한다”, “자연을 오염시키는 행동도 문제지만 혐오 댓글도 문제”라고 반박했다.
분노는 이해할 수 있다. 산 정상 부근 웅덩이에 음식물과 쓰레기를 버린 행위는 비판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범인이 확인되지 않은 상황에서 외국인이나 특정 집단을 먼저 지목하면 논점은 흐려진다. 쓰레기 투기는 관리와 처벌의 문제인데, 댓글창에서는 혐오와 정치 싸움으로 번졌다.
◆ “다시 못 버리게” 해야 한다…단속·비용 청구가 답
이번 논란의 결론은 단순하다. 상상으로 범인을 특정하는 일보다 중요한 것은 다음 오염을 막는 일이다. 산에서 국물 음식 취식을 어디까지 허용할지, 투기 단속을 어떻게 강화할지, 적발 시 과태료와 원상복구 비용을 어떻게 물릴지 지자체가 더 분명한 기준을 내놓아야 한다.
관악산 일대는 도시자연공원으로 지정된 구역이다. 공원시설을 훼손하면 관련 법에 따라 처벌받을 수 있다. 하지만 법 조항이 있어도 현장에서 작동하지 않으면 효과는 제한적이다. 방문객이 급증한 산이라면 안내문 몇 장보다 실제 단속, 취식 관리, 쓰레기 회수 체계가 먼저 필요하다.
좋은 기운을 받겠다고 오른 산에 국물과 쓰레기를 남기고 내려오는 일은 부끄럽다. 그러나 그 부끄러움을 엉뚱한 혐오로 덮는 것도 답이 아니다. 관악산 논란이 남긴 결론은 “누가 그랬느냐”가 아니라 “다시는 못 하게 만들 장치가 있느냐”다. 웅덩이를 치우는 것보다 중요한 일은 다음 웅덩이가 생기지 않게 만드는 것이다.
윤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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