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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거짓말’은 집단을 더욱 뭉치게 한다 (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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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의의 거짓말(White Lie)’이라는 단어가 있다. 예를 들어, 노래를 잘 못하는 사람에게 ‘넌 가능성이 있다’고 격려해주거나 살날이 얼마 남지 않은 환자에게 ‘꼭 회복될 수 있을 거야’라고 위로해주는 것을 선의의 거짓말이라고 볼 수 있다.

남을 속여 피해를 주고 자신의 이익을 쟁취하기 위한 악의적 거짓말과 달리 선의의 거짓말은 상황을 악화시키지 않고 불필요한 감정싸움 유발을 막는 것이 목적이다. 하지만 결국 의도야 어쨌든 상대방을 속인다는 것은 변하지 않는 사실이고 거짓된 희망을 심어준다는 생각에 선의의 거짓말이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시각도 많이 있다.

하지만 선의의 거짓말이 사회발전에 도움이 될 수도 있다는 의견이 나와 화제를 모으고 있다. 미국 과학전문매체 라이브 사이언스닷컴은 영국 옥스퍼드 대학·핀란드 알토 과학대학 진화심리학 공동 연구진이 ‘선의의 거짓말’은 사회적 유대감을 증진시킨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고 24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연구진은 주변 환경을 의도적으로 속여 자신의 이익을 증진시키는 악의적 거짓말과 이와 반대되는 선의의 거짓말이 각각 어떻게 사회적 유대감 형성에 작용하는지 알아보는 실험을 최근 진행했다. 연구진은 페이스북, 트위터 같은 소셜 네트워킹 서비스 안에서 이뤄지는 사람들 간의 복잡한 의사소통 데이터베이스를 한 곳에 모으는 수학적 모델링을 구축한 후에 각각 다른 형태의 2가지 거짓말이 사회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분석했다.


결과는 흥미로웠다. 선의의 거짓말을 하는 그룹은 자신들의 집단 내에서 공고한 유대감을 구축했고 심지어 그 저변을 더욱 넓혀나가는 것으로 확인됐다. 반면 악의적 거짓말을 일삼는 그룹은 따로 따로 흩어져 고립되는 성향이 강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와 관련해 캘리포니아 주립 대학 연구에 따르면, 선의의 거짓말은 최근 소셜 네트워킹 서비스 이용이 일상화되면서 사람들 사이에서 더욱 증대되고 있다. 실제로 페이스북 등에 여러 사진을 게재해놓고 “이 제품 멋있지 않나요?”라고 누군가 물었을 때 사람들은 제품이 마음에 들든 아니든 ‘좋아요’ 버튼을 클릭하는 경우가 많고 별로 친하지 않아도 친구요청을 쉽사리 받아 주는 것은 분명 거짓 의사표현이 맞다

연구진은 그 이유를 얼굴을 마주보고 있지 않은 가상공간에서 ‘추천’, ‘좋아요’ 같은 버튼 클릭으로 상대방에게 의사를 표현하는 방식에 본인의 마음을 직접 드러내는 것을 꺼려하는 성향이 사람들 사이에 형성되기 때문이라고 한다. 사이버 상에서만 보는 이들을 굳이 직접적으로 감정을 상하게 하기 보다는 그저 좋은 게 좋은 것이라는 심정으로 ‘선의’를 품은 거짓말을 해주는 것이다.

그러나 의도는 좋을지라도 거짓말인 것은 사실이기에 진심을 내비치지 않는다는 측면에서 진정한 의미의 유대감이 형성될 수 있을까? 라는 의문이 들 수 있다. 다만 악의적 거짓말과 달리 선의의 거짓말은 상대방의 마음을 다치지 않게 하려는 ‘배려’가 알게 모르게 스며들어 있기에 이것이 조금씩 쌓여 사회 유대감 형성에 기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역으로 SNS 상에서 선의의 거짓말이 계속 늘고 있는 이유를 알아낼 수 있는 주요 단서가 될 수 있다고 연구진은 밝히고 있다.

한편 이 연구결과는 ‘영국왕립학회보’(Journal Proceedings of the Royal Society B) 23일자에 게재됐다.

자료사진=포토리아

조우상 기자 wsch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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