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지난 2001년 개봉한 동명의 로맨스 영화에서도 알 수 있듯 이 단어는 운명적인 사랑 혹은 인연을 의미하는 말로도 많이 사용된다. 특히 오래 전 우연히 같은 장소에 있던 남녀가 후에 결혼이라는 소중한 인연으로 이어졌다면 이보다 세렌디피티(serendipity)에 더 어울리는 상황이 없을 것이다.
그런데 이런 낭만적인 상황이 실제로 일어났다. 영국 일간 메트로는 신혼부부 아미 메이든(25), 닉 휠러(26) 사이에 얽혀있는 놀라운 사랑의 인연을 31일(현지시각) 소개했다.
갓 결혼식을 올린 닉 휠러, 아미 메이든 부부가 본격적인 연애를 시작한 뒤 약혼식을 치른 것은 불과 1년 전이었다. 하지만 사실 이들의 인연은 무려 20년 이미 시작된 상태였다.
그 증거는 바로 이 사진 1장에 담겨있다. 지금부터 20년 전인 1994년, 영국 남서부 콘월 카운티 마우스홀 해변에서 촬영된 이 사진 속에는 모래성을 쌓고 의기양양하게 포즈를 취하고 있는 6살 때의 닉 휠러 모습이 담겨있다. 하지만 주목해야하는 것은 휠러 뒤에서 역시 모래를 가지고 놀고 있는 작은 여자아이의 모습이다. 놀랍게도 이 아이는 후에 휠러의 아내가 되는 메이든의 5살 때 모습이기 때문이다.
사연은 이렇다. 20년 전 켄트 지역에 살던 닉 휠러는 휴일 맞아 그의 조부모가 살고 있는 콘월 마우스홀 해변으로 놀러왔고 때마침 해당 지역에서 이미 살고 있던 메이든의 모습이 우연히 한 카메라에 잡혔던 것이다. 1년 후 휠러가 켄트에서 마우스홀로 이사를 오긴 했지만 이때까지 두 사람은 서로의 존재를 전혀 알지 못했다.
약혼식을 치르기 전, 우연히 이 사진을 본 두 사람은 서로의 놀라운 인연에 감탄을 금치 못했다. 이들이 서로의 존재를 처음 알게 된 건 1994년으로부터 11년이 지난 후였지만 사실 훨씬 전부터 알게 모르게 인연이 쌓여왔다는 점은 누가 봐도 낭만적인 우연이었다. 이들은 최근 다시 같은 장소를 방문해 비슷한 포즈로 사진을 찍어 부부인연을 다시금 되새겼다.
한편, 지난 26일 결혼식을 치른 신혼부부인 닉 휠러와 아미 메이든은 현재 각각 군인, 교사로 근무 중이며 허니문 여행지인 플로리다에서 새로운 우연을 남길지도 모를 멋진 사진을 찍어올 계획이다.
조우상 기자 wsch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