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의 한국 방문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성남 서울공항으로 입국하는 교황은 4박5일간 한국천주교 순교자들의 숨결이 깃든 곳을 다니며 한국의 신자와 아시아 젊은이들을 만난다. 교황의 한국 방문은 1989년 요한 바오로 2세 이후 25년 만이다.
지난해 3월 교황 취임 이전부터 줄곧 가난하고 소외된 자, 정의를 위한 행보를 해 온 프란치스코 교황이 세계의 유일한 분단국가이자 큰 사회 갈등을 겪고 있는 한국에서 어떤 메시지와 행적을 보일지가 가장 큰 관심사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공항에서 나와 처음 가는 곳은 숙소인 청와대 인근의 주한교황청대사관이다.
교황이 방한 기간 내내 묵을 방은 요한 바오로 2세가 1984년과 1989년 두 차례 왔을 때 지내던 곳이다. 그는 현재 방 주인인 주한교황대사 오스발도 파딜랴 대주교의 침대와 옷장을 그대로 쓸 계획이다.
낮 12시 이곳에서 개인 미사를 보고 오후에는 청와대를 방문한다.
청와대 공식 환영식에 참석한 뒤 박근혜 대통령을 면담하는 데 이어 주요 공직자들을 대상으로 연설한다.
이어 중곡동의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로 옮겨 한국천주교 주교단과 직원들을 만나 연설하는 것으로 첫날 일정을 마무리한다.
도심에서 만나도 될 주교단을 보러 굳이 먼 거리를 이동하는 것에도 교황의 성품이 잘 드러난다. 그는 “주교들을 보려면 그들이 일하는 곳으로 가야 한다”며 주교회의 방문을 결정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요한 바오로 2세가 방한 때 한국 주교들을 만난 곳은 숙소인 교황청대사관이었다.
방한 이틀째인 15일은 한국의 광복절이자 천주교 성모승천대축일이다. 청와대에서 제공하는 전용헬기로 아침 일찍 충남·대전 지역으로 이동해 하루를 보낸다
오전 10시30분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천주교 신자들과 세월호 참사 희생자 가족 등이 참석하는 성모승천대축일 미사를 집전한다. 미사가 끝난 뒤에는 세월호 생존자와 유족을 따로 만나 아픔을 어루만진다.
점심때는 세종시에 있는 대전가톨릭대에서 제6회 아시아 가톨릭청년대회에 참가한 각국의 청년 대표들과 오찬 간담회를 한다. 한국에서는 아시아 청년대회 홍보대사인 가수 보아와 20대 여성 신자가 ‘교황의 식탁’에 앉는 영광을 누린다.
오후에는 당진 솔뫼성지에서 아시아 청년대회 참가자들을 만나 젊은이들의 고민을 듣고 청년들이 각자의 삶과 교회 쇄신, 사회 개혁을 위해 할 일이 무엇인지 함께 이야기를 나눈다.
16일에는 방한 최대 행사가 예정돼 있다. 순교자 124위 시복식이다.
오전 8시55분 한국천주교의 최대 순교지인 서소문 순교성지를 찾아 참배한다. 이번에 시복되는 124위 중 27위, 한국의 103위 성인 가운데 44위가 순교한 곳이다.
교황은 서울시청에서 광화문까지 1.2㎞ 구간에서 퍼레이드를 한 뒤 광화문광장 북쪽 끝에 설치된 제단에 올라 ‘윤지충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 123위’ 시복미사를 집전한다. 광화문 일대에는 형조, 포도청, 의금부 터 등 순교자들의 피와 눈물이 배어 있는 곳이 몰려 있다.
2시간20분가량에 걸친 시복식이 끝나면 장애인요양시설인 충북 음성의 꽃동네로 이동한다. 교황은 이곳에서 장애인들과 한국 수도자 4천여 명, 천주교 평신도사도직단체협의회 대표들을 차례로 만난다.
17일 교황은 하루 대부분을 충남 서산 해미에 머문다. 오전에 해미 순교성지 성당에서 아시아 주교들을 만나고 함께 점심식사를 하는 데 이어 오후에는 인근 해미읍성에서 아시아 청년대회 폐막미사를 집전한다.
방한 마지막 날인 18일에는 평화와 화해를 위한 미사가 대미를 장식한다. 교황은 명동성당에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 등이 참석하는 미사를 집전한 자리에서 한반도 평화메시지를 발표할 예정이다. 세월호 생존자와 유족들처럼 위안부 할머니들도 별도 로 만날 가능성도 있다. 종교 화합을 강조해 온 그는 미사에 앞서 7대 종단 지도자들도 만난다. 미사에 초청받은 북한 천주교 관계자들의 참석 가능성은 크지 않다.
교황은 미사를 마친 뒤 낮 12시45분 서울공항에서 간단한 환송식을 통해 마지막 메시지를 남기는 것으로 방한 일정을 모두 끝낸다.
나우뉴스부 nownews@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