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판 봉이 김선달을 연상케 하는 사기사건이 벌어졌다.
빈 맥주병에 물을 넣어 맥주로 속여 팔던 아르헨티나 남자가 경찰에 체포됐다고 현지 언론이 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27세 청년으로 나이만 공개된 사기꾼은 지난해 1월까지 아르헨티나 지방 멘도사의 한 맥주도매회사에서 근무했다.
하지만 불경기로 일자리를 잃으면서 인생은 꼬이기 시작했다. 청년은 1년간 수십 개 기업체 문을 두드렸지만 재취업은 쉽지 않았다. 고민하던 청년은 경험을 살려 1년간 직접 맥주공장(?)을 차리기로 했다.
사업엔 큰돈이 들지 않았다. 청년은 병마개를 덮는 기계를 집에 들여놓고 빈 맥주병을 수거했다. 깨끗하게 닦은 맥주병에 가짜라벨을 살짝 붙이고 맥주 대신 하천 물을 채웠다.
청년은 전에 다니던 회사 직원 행세를 하며 이렇게 만든 가짜 맥주를 팔았다. "큰 행사가 있어 넘겼던 맥주가 남아 반품을 받았다. 정상가격보다 싸게 줄 수 있다"는 말에 슈퍼마켓과 편의점 주인들을 깜빡 넘어갔다.
하지만 사기행각은 오래가지 못했다. 맥주를 샀다가 더러운 맹물을 마신 소비자들의 항의가 빗발치면서 사건이 경찰에 신고된 것. 경찰은 청년을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하고 추적 끝에 체포에 성공했다.
경찰은 청년의 집을 압수수색하면서 맥주병, 병마개 기계, 가짜 라벨 등을 발견했다. 경찰 관계자는 "청년이 판 가짜맥주의 물량이 얼마나 되는지 아직은 정확히 파악되지 않았지만 약 1개월간 맥주를 판 것으로 보아 상당량을 팔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디아리오우노
임석훈 남미통신원 juanlimmx@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