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7세를 일기로 사망한 남자의 사인(死因)이 70년 전 누군가에게 맞은 총상으로 밝혀지는 황당한 일이 벌어졌다. 이 때문에 노인의 죽음은 졸지에 살인사건이 됐다.
경찰을 난감하게 만든 사건의 주인공은 미국 시카고에 살았던 톰 뷰캐넌. 올해 87세 노인인 그는 지난 3일(현지시간) 복부에 고통을 호소하며 병원에 입원했지만 다음날 '불귀의 객'이 되고 말았다.
노인이 입원했던 시카고 머시 병원 측은 심상치 않은 복부 상태를 보고 경찰에 신고했으며 뒤이어 이루어진 부검 결과는 놀라웠다. 오래전 복부에 입은 총상으로 인한 합병증으로 뷰캐넌이 사망한 것으로 진단한 것. 특히 부검의는 총상을 죽음의 결정적인 원인으로 보고 사건을 '살인'으로 결론지었다.
이 때문에 바빠진 것은 시카고 경찰이다. 한 평범한 노인의 죽음이 강력사건이 됐기 때문이다. 문제는 그가 언제 어떻게 총상을 입었느냐는 것. 생전 그는 철강회사 노동자 출신으로 군인으로 복무한 적이 없어 총맞을 일도 없었다. 특히 그가 평생 독신으로 살아 처자식이 없다는 점도 수사를 어렵게 만들었다.
그러나 노인의 과거를 기억하는 유일한 친척이 한 명 있었다. 사촌인 매티 매튜스(82)가 10대 초반 어머니에게 들었던 이야기를 기억하고 있었던 것. 매튜스는 "과거 어머니와 이모 사이의 대화를 우연히 들었다" 면서 "뷰캐넌이 10대 시절 총을 맞았다는 이야기였다"고 회상했다.
결과적으로 이번 살인사건의 범인은 당시 10대 중반의 뷰캐넌에게 총을 쏜 '누군가'로 드러났다. 물론 1940년대 벌어진 이 사건의 범인을 지금 잡는 것은 불가능하다.
매튜스는 "얼마 전에도 새해를 맞아 인사했는데 이제 영영 이별하게 됐다" 면서 "평소 고인은 매우 친절하고 성실한 사람이었다"며 추모했다.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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