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기가 날아다니는 곳이라면 어디서나 새와 비행기의 충돌 위험이 존재한다. 이 때문에 비행기가 엔진이상으로 회항하거나 추락 위기에 놓이기도 한다.
일명 버드스트라이크(조류충돌)로 불리는 이 사고는 항공기 운항의 가장 큰 위험요소 중 하나로 손꼽힌다. 국토교통부 자료에 따르면 2010년부터 2014년 8월까지 항공기 조류충돌은 총 618건, 미국연방항공국의 공식자료에 따르면 매년 미국 상공에서 비행기와 충돌하는 새의 수는 9000마리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된 바 있다.
새가 비행기와 충돌하는 원인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새가 비행기의 속력을 제대로 감지하지 못한다는 의견이 있기도 하지만, 왜 거대한 비행기를 피하지 못하는지는 여전히 미스터리한 부분이다.
미국 오하이주의 국립야생연구센터와 인디애나주립대학, 퍼듀대학 등 합동연구진은 버드스라이크의 원인을 알아내기 위해 찌르레기 무리를 실험실에 풀어두고, 이들에게 시속 60~360㎞로 달리는 트럭의 영상 수 편을 보여줬다.
그 결과 찌르레기 새들이 자신과 트럭간의 거리는 고려하는 반면, 트럭의 속도는 무시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찌르레기는 트럭의 속도와 관계없이 트럭간의 간격을 평균 30m로 유지하는데에만 집중할 뿐이었다.
찌르레기와 움직이는 물체와의 평균 간격을 고려해볼 때, 물체의 속도가 시속 120㎞ 이하일 때에는 피할 수 있었지만, 이 이상일 경우에는 물체와의 속도가 너무 가까운 탓에 피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종합해보자면 이는 찌르레기 새가 움직이는 물체의 일정 속도 이상은 감지하지 못한다는 것과 본능적으로 속도보다는 거리에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연구진은 “물체의 속도가 갑자기 빨라질 경우 새는 이를 미처 피할 시간이 없어진다”면서 “물체와 특정한 거리를 유지하면 포식자로부터의 공격을 피할 수는 있지만, 빨리 움직이는 물체를 피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어 “찌르레기가 아닌 다른 조류에게서도 같은 현상이 나타나는지 알아보는 것이 이 연구의 다음 과제”라면서 “버드스트라이크를 피하기 위해서는 새가 물체와의 거리를 인식할 수 있는 특수 조명 등을 설치하는 것이 좋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번 연구결과는 ‘영국왕립학회보’(Journal Proceedings of the Royal Society B) 최신호에 실렸다.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