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찌보면 경험을 통해 알 수 있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눈감고 곰곰히 생각하는 것이 눈뜨고 있는 것 보다 기억을 상기(想起)시키는데 훨씬 좋다는 논문이 나왔다. 최근 영국 서리대학 심리학 연구팀은 총 178명의 남녀를 대상으로 기억 테스트를 실시한 결과 눈을 감고 회상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라는 연구결과를 내놨다.
연구방법은 간단하다. 먼저 연구팀은 이들 피실험자에게 범죄 영화를 보여주고 영화에 등장하는 일부 장면을 상기시키는 질문들을 던졌다. 예를 들면 '도둑이 훔쳐간 물건은?' 등과 같은 질문으로 연구팀은 피실험자에게 첫번째 실험에서는 눈을 뜨고, 두번째에서는 눈을 감고 회상해 대답하게 했다.
2차례에 걸친 실험 결과는 흥미로웠다. 눈을 감고 회상하는 것이 평균 71%의 정답률을 보였기 때문이다. 이에 반해 눈을 뜬 경우는 48%에 그쳐 현격한 차이를 보였다.
그렇다면 눈뜨고 감고 같은 단순한 행동이 왜 과거의 기억을 떠올리는데 영향을 미치는 것일까?
연구를 이끈 로버트 내시 박사는 "과거의 기억을 회상할 때 눈을 뜨고 있으면 주위로 시선이 분산돼 집중이 되지 않는다" 면서 "이는 곧 구체적인 어떤 이미지(기억)를 떠올리는 것을 방해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눈을 감는 것은 또한 시각 외에 청각 정보를 떠올리는 데도 유리하다" 면서 "만약 비밀번호가 갑자기 기억이 나지 않는다면 조용히 눈을 감고 생각해보라" 고 권고했다.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