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의 지구 온난화가 지각을 들어 올릴 수도 있을까? 애리조나 대학의 과학자들이 저널 지구물리학 리서치 레터스(Geophysical Research Letters)에 최근 발표한 논문에 의하면 가능할 수도 있다. 어떻게 그런 일이 가능한 것일까? 이에 관해서 설명하려면 일단 지각 평형설에 대해 알아야 한다.
대륙 지역의 지각은 해양지각에 비해 두꺼운 편인데 특히 산악 지역처럼 높이 솟아오른 지역에서는 더 두껍다. 지각 평형설에 따르면 지각은 물 위에 뜬 빙산처럼 맨틀 위에 뜬 암석에 비유할 수 있다. 즉 대륙 지각 위에 무거운 물체가 있으면 평형 때문에 이 지각은 아래로 침강하게 되고 무거운 물체가 사라지면 지각은 융기하게 된다. 대표적인 사례는 마지막 빙하기에 수 천m 두께의 빙하가 있었지만, 빙하가 사라진 후 지반이 융기하는 핀란드의 보트니아 만 같은 지역이다. 이 지역은 현재도 융기가 계속되고 있다.
아이슬란드 역시 지반이 융기하는 지역으로 GPS를 통한 정밀 조사가 진행 중인 지역이다. 이 지역에서 1995년부터 연구를 진행해온 애리조나 대학의 지질학자 리처드 베넷 교수(Richard Bennett)는 62개의 GPS 수신 장치를 이용한 아이슬란드 전역의 지반 조사 결과를 분석했다. 그 결과 지질학자들을 깜짝 놀라게 했는데 생각보다 매우 빠른 속도로 융기하는 지역이 있었기 때문이다. 가장 빠르게 융기하는 지역은 1년에 35mm라는 놀라운 속도로 지반이 솟아오르고 있었다.
연구팀은 지반의 융기를 가속할 수 있는 다른 여러 가지 요인들을 배제한 후, 현재의 빠른 지반 융기가 일어나는 원인이 최근 빙하가 녹아서 감소한 것 때문이라는 결론을 얻었다. 물론 아이슬란드 자체가 융기하는 것은 빙하가 녹기 이전부터였지만 최근 그 속도가 일부 지역에서 가속되는 것은 빙하가 줄어든 것이 주요 원인이라는 것이다.
연구팀에 의하면 아이슬란드 빙원의 감소가 지반 융기 속도를 더 빠르게 할 수 있다는 것은 이번에 처음으로 입증된 것이다. 베넷 교수는 우리가 기후 변화 때문에 발생한 지각 융기 가속(Climate driven vertical acceleration)을 목격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후 변화는 여러 분야에서 많은 변화를 일으키고 있지만, 이렇게 짧은 시간에 지질 활동에 영향을 줄 수 있으리라곤 과학자들도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다. 앞으로 지질학자들은 아이슬란드에서 발생하는 변화를 더 정밀하게 추적하기 위해 후속 연구를 진행할 예정이다.
고든 정 통신원 jjy0501@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