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와 더불어 인간의 가장 오래된 반려동물로 사랑받아온 고양이. 그러나 고양이는 의외로 연구로도 밝혀진 것이 많지 않은 수수께끼 같은 동물이다.
최근 왜 고양이가 박스 안에 있는 것을 좋아하는지에 대한 재미있는 연구결과가 나와 관심을 끌고있다. 네덜란드 위트레흐트 대학 수의학 연구팀은 박스 안 고양이의 스트레스 지수 분석을 통해 고양이가 '대응기제'(對應機制)로 상당히 빠른 속도로 박스를 활용한다는 주장을 내놨다.
다소 생소한 단어인 대응기제는 주변의 위협이나 위험등에 처할 때 이에 대처하는 반응을 말한다. 결과적으로 보면 고양이는 박스를 일종의 대피소이자 안식처로 여기는 것.
위트레흐트 대학 수의학 박사 클라우디아 빈크는 "고양이는 박스를 천적으로 부터 자신을 보호하고 안전을 도모하는 장소로 생각해 본능적으로 끌리는 것" 이라면서 "하루 18시간~20시간을 자는 입장에서 고양이에게 자신을 숨기는 박스같은 장소는 필수적" 이라고 설명했다.
물론 이같은 이유 때문에 고양이가 꼭 박스만 선호하는 것은 아니다. 자신의 몸을 적절히 숨길 수만 있다면 박스는 물론 쇼핑백, 서랍, 심지어 주전자 안에도 들어간다는 것이 연구팀의 설명. 그러나 이와는 다른 주장도 있다. 일부 동물학자들은 고양이의 박스 사랑이 몸을 따뜻하게 하기 위해서라는 이론을 내놓고 있으나 정답은 고양이만 알고있다.
한편 고양이가 숨기를 좋아한다는 점은 야생성과도 관련이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고양이는 아직도 개처럼 길들여지지 않는데 이는 ‘가축화’(Domestication)가 끝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영국의 인간·동물관계학자 존 브래드쇼는 “개는 인간과 함께 석기시대부터 살아온 것으로 추정되지만 고양이는 수천년에 불과하다” 면서 “현재 고양이의 진화는 야생과 가정의 중간 단계에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고양이는 여전히 킬러본능 가지고 있으며 이는 빨간색 점을 쫓아다는 것에서도 드러난다”고 주장했다.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