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의 생계를 위해 무려 43년간 남자행세를 한 여성의 사연이 알려져 안타까움과 감동을 동시에 주고 있다.
허핑턴포스트 등 해외 언론의 23일자 보도에 따르면 이집트에 살고 있는 시사 아부 다우(65)라는 여성은 첫째아이를 임신한 지 6개월 만에 남편이 사망하고 홀로 가정을 꾸려야 하는 어려움에 처했다.
당시 그녀가 살고 있던 룩소르에서는 성차별이 매우 심각해 여성은 일자리를 구할 수 없었다. 고작 21살이었던 그녀는 막 태어난 딸을 위해 일을 해야겠다고 결심했고, 이를 위해 남장을 계획했다.
자신이 여자라는 것을 숨기려 머리를 짧게 자르고 펑퍼짐한 남자 옷을 입었다. 그렇게 남자가 된 그녀는 무려 43년간 벽돌공과 구두닦이로 일을 해 딸을 키웠고 가족을 부양해왔다.
아부 다우는 “내가 재혼하길 바랐던 내 남동생은 종종 신랑감을 몰래 내게 데려오곤 했지만 사랑없는 결혼은 하고 싶지 않았다”면서 “나는 스스로 가장이 되기 위해 남자 옷을 입고 머리를 잘랐다”고 말했다.
이어 “20~30대때에는 남자보다 강한 힘으로 벽돌공 일을 했지만 나이가 들면서 힘이 부쳤다. 그래서 구두닦이로 직업을 바꿨다”면서 “어렸을 때 여자라는 이유로 학교에 다니지 못했다. 내가 내 딸을 위해 할 수 있는 것은 남자로서 고된 일을 하는 것 뿐이었다”고 덧붙였다.
그녀는 본래 딸이 결혼한 이후 남자 위장을 그만두려 했지만, 사위가 갑작스럽게 병에 걸려 일을 할 수 없게 되자 딸 내외의 생계를 위해 남장을 계속해 왔다.
아부 다우는 “사람들이 내게 성별을 물어보면 언제나 ‘여자’라고 답한다. 거짓말 하지 않는다. 다만 외모에서 오는 차별이나 여성이라는 이유로 받는 학대 등을 피하기 위해 남장을 한 것이며, 룩소르의 많은 시민들이 이를 알고 있다”면서 “이제는 남장을 할 이유가 없지만 이대로가 익숙하다”고 전했다.
한편 룩소르 시 정부는 최근 그녀를 ‘도시에서 가장 헌신적인 어머니’로 선정하고 표창을 수여했다.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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