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약 한 방울이면 ‘밤눈’(Night Vision)이 생긴다?
컴컴한 밤, 적외선 망원경처럼 마치 불을 켠 듯 환하게 앞을 볼 수 있도록 도와주는 안약(용액)이 개발돼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
최근 미국 캘리포니아의 바이오 해커 단체인 ‘사이언스 포 메시즈’(Science For Masses)는 광민감성 약물인 ‘클로린 e6’(Chlorin e6·Ce6)에 인슐린과 염분 등을 추가해 만든 이 안약을 한 명의 실험 지원자를 대상으로 임상실험 한 결과, 수 시간 동안 빛 한 줌 없는 완벽한 어둠 속에서 50m 앞까지 내다보는 것이 가능했다.
이때 시야는 한밤중에 적외선 망원경 또는 적외선 카메라를 통한 화상을 보는 것과 비슷하며, 전반적으로 초록색 필터 느낌이 강하다.
실험 참가자는 이 용액을 눈에 주입한 뒤 어둠 속에서 나무 사이를 뛰어다니는 사람들을 100% 인식하는데 성공했다. 반면 이 용액을 주입받지 않은 또 다른 실험 참가자는 같은 실험에서 성공률이 3분의 1에 불과했다.
이 단체의 설명에 따르면 클로린 e6이라 부르는 물질은 심해에 사는 물고기 체내에서 주로 발견할 수 있으며, 광(光)증폭 역할을 한다. 최근에는 암 치료제로도 각광받고 있다.
이 클로린 e6에 인슐린과 특정 량의 염분 또는 식염수를 추가하면 저감도 환경에서도 시각 확보가 가능해 진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러한 용액의 안전 여부가 확인된 바 없다며 모방하지 말 것을 권고하고 있다.
영국 안과전문가인 러셀 피케 박사는 데일리메일과 한 인터뷰에서 “안과전문의나 정부 또는 약사의 동의나 처방 없이는 이 용액을 눈에 넣어서는 안된다”면서 “잘못된 사용은 안구 표면이나 눈 전체에 큰 상해를 입힐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하지만 연구를 이끈 바이오 해커 단체는 “임상 실험 참가자는 실험이 끝난 뒤 20일이 지난 후에도 특별한 문제점이 나타나지 않았다”고 밝혔다.
한편 바이오 해커는 고도의 기술이나 전문적 지식을 지닌 마니아로, 연구소에 속하지 않고 독단적으로 실험을 하는 집단을 뜻하며, 미국 내에는 비 전문가로 이뤄진 다수의 바이오 해커가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