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뇌는 끊임 없이 뇌파라는 전기신호를 만들어낸다. 이런 뇌파는 오랫동안 뉴런이라는 뇌세포가 활동해 생기는 일종의 부산물로 생각됐다.
그런데 최근 미국 메사추세츠공과대(MIT) 연구팀이 실험을 통해 우리 뇌의 두 부분에서 서로 다른 뇌파가 발생돼 기억 형성의 안내자 역할을 하는 것이 밝혀졌다.
MIT 신경과학자인 얼 밀러 박사는 학습 능력과 관련한 뇌 기관인 해마와 전전두피질(prefrontal cortex)이 서로 다른 주파수의 두 뇌파를 발생시켜 서로 연관성이 없는 각 개체를 연결하는 학습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음을 발견했다.
연구팀은 의식적으로 기억을 하고 싶어 기억하는 ‘명시적 기억’의 형성에 관한 실험을 했다.
실험은 이름과 얼굴, 장소, 사건 등을 묶는 것으로, 참가자들에게 동물 사진을 쌍으로 보여주고 기억하게 한 뒤 문제에 정답을 맞추면 보상을 주고 틀렸을 때는 부저가 울리도록 했다. 이때 해마와 전전두피질의 뇌파를 감지했다.
그 결과, 문제에 관한 추론이 맞거나 틀린 경우에 따라 서로 다른 주파수의 뇌파가 발생하는 것이 확인됐다. 추론이 맞았을 때 뇌파는 베타파, 틀렸을 때 뇌파는 세타파인 것으로 나타났다.
기존 연구에서는 베타파가 기억에 있어 뉴런 사이의 관계를 강화하고, 세타파가 뉴런 사이의 관계를 약화한다는 결과가 나왔었는데 이번 실험 역시 같은 결과를 보인 것이다.
이에 대해 밀러 박사는 “답을 맞췄을 때는 신경 관계를 강화하고 오답을 냈을 때는 잘못된 정보를 잊으려고 뉴런 결합을 약화하는 것으로 생각된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전기적 자극으로 베타파를 발생시켜 학습 능력을 향상하는 것이 가능한지에 대한 연구도 진행하고 있다.
한편 이번 연구결과는 신경과학분야 국제 학술지 ‘네이처 뉴로사이언스’(Nature Neuroscience) 최근호에 실렸다.
사진=MIT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