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어난 날짜를 기준으로 사람의 운명이 달라진다고 주장하는 사주팔자나 점성술은 항상 비과학적인 미신으로 취급되어 왔다. 그런데 태어난 달에 따라 일부 질환의 발병률이 달라진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돼 관심을 끌고 있다.
컬럼비아 대학 연구팀은 최근 미국 ‘의료정보학회’ (American Medical Informatics Association) 저널에 출생일에 따라 일부 질환의 발병률이 달라진다는 내용의 논문을 발표했다.
이들은 자체 개발한 의료 데이터 분석 소프트웨어를 통해 1985년부터 2013년 사이에 뉴욕 장로교 병원 및 컬럼비아대학 의료센터에서 진료 받은 환자 170만 명의 의료기록을 분석했다.
그 결과 총 55가지 질환의 발병률에 출생일이 변수로 작용한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이 중 39개 질병에 대해서는 기존에도 유사한 이론이 제기된 적 있지만 대규모 조사를 통해 그 연관성이 분명히 밝혀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신생아의 초기 신체발달 과정은 부분적으로 계절적 변화에 영향을 받는다. 연구진은 이 때문에 출생일에 따른 발병률 차이가 발생하는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한편 이번 결과는 개별적 질병에 대한 기존의 연구결과와도 일치한다. 실제로 이번 연구에서는 7,10월 출생 뉴욕 주민의 천식 발병률이 높게 나타났는데, 과거 덴마크에서 실시한 천식 연구에서는 5,8월에 태어난 국민의 천식 발병률이 더 높았다. 뉴욕의 7,10월 일조량은 덴마크의 5,8월 일조량과 거의 동일하다.
연구에 참여한 타토네티 박사는 “출생과 발병률 사이에 연관성이 강하다는 점은 사실이지만, 각 질병의 발생률 자체가 높지 않으니 너무 우려할 필요 없다. 또한 출생일에 따른 발병률 변화는 다른 환경적 요소에 의한 변화에 비교하면 미미한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미국 내 기타 지역 및 해외에서도 동일한 연구를 실시해 출생일과 질병 사이의 연관성이 지역별로 다른지 확인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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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승언 기자 earny@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