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기 내에 연료 증기가 가득 차 승객들이 황급히 항공기 날개 위로 대피한 위태로운 상황이 사진에 포착됐다.
아이다호 주 보이시 공항에 착륙한 미국 국내 노선 항공기에서 연료가 누출돼 증기가 선실에 가득차자 승객들이 자발적으로 날개 위로 대피하는 사건이 벌어졌다고 미국 ABC 뉴스 등 외신이 1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문제가 된 미국 저가 항공사 ‘엘리지언트 에어’의 330편 항공기에는 승객 163명과 승무원 6명이 타 있었고 다친 사람은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해당 항공기는 현지시간으로 오후 7시 공항에 착륙해 탑승 게이트로 이동하던 중에 문제가 발생했다. 승객들에 따르면 하강과 동시에 연료 냄새가 나기 시작해 하강 직후엔 더 심해졌고, 심지어 연료 증기를 눈으로 볼 수 있을 정도였다.
탑승객 켈리 그라프는 “밀폐된 공간에 연료가 가득 차 스웨터로 입을 막고 숨을 쉬었다. 빨리 나가지 않으면 몸에 문제가 생길 것 같았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숨쉬기가 어려울 정도로 사태가 심각했지만 항공기 승무원들의 대처는 신속하지 못했다. 탑승객들은 현지 매체와 한 인터뷰에서 “승무원들은 눈에 보이지 않았고 안내 방송도 나오지 않았다”고 전했다.
결국 승객들은 자발적으로 탈출을 감행했다. 이들이 항공기 날개 위에 있는 출입문을 열 때까지 승무원들은 아무런 지시나 제제를 가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기장은 뒤늦게 ‘선내에 들어오는 것은 연기가 아니라 증기’라며 안내방송을 내보냈지만 이땐 이미 승객들이 모두 날개 위로 대피한 뒤였다.
사건으로 인해 그 다음 항공편 또한 5시간이 지연돼 또 다른 승객들도 불편을 겪었다. 이들 승객에겐 50달러에 해당하는 할인권이 지급됐지만 한편 정작 사건을 겪은 승객들에겐 아무런 조처가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사진=ⓒ보이시 공항/트위터
방승언 기자 earny@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