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치 사람처럼 고개를 돌리고 인상을 찌푸리는 등 다양한 표정을 짓는 초상화가 있다면 믿을 수 있을까? ‘살아 움직일 것만 같은 작품’이라는 판에 박힌 수식어가 꼭 어울리는 디지털 그림이 공개돼 관심을 모으고 있다.
영국 일간 데일리메일은 13일(현지시간) 프랑스 공학자 및 미술가 40여명이 협력하여 진행 중인 ‘리빙 조꽁드’(Living Joconde) 프로젝트를 소개했다. 이 프로젝트의 목적은 인공지능을 통해 스스로 학습하고 행동하는 3D 디지털 모나리자를 만드는 것이다. ‘조꽁드’는 ‘모나리자’의 프랑스식 명칭이다.
첨단 기술을 통해 ‘생명’을 얻은 이 디지털 모나리자는 사실적 표정을 지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환경 변화에 따라 적절한 반응을 보이도록 설계된 것으로 알려져 놀라움을 더한다. 최초로 이 아이디어를 구상한 플로랑 에지오스마노프는 “작품에 생명을 불어넣으려 노력했던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의지를 계승·발전시킨 셈”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프로젝트 팀은 먼저 컴퓨터 소프트웨어를 사용, 2차원의 모나리자 그림을 3차원으로 재구성함으로써 인물의 측면과 후면을 모두 구현해 냈다.
그런 뒤 이들은 동작감지 센서와 안면인식 장치를 사용해 모나리자가 주변 환경을 감지할 수 있도록 했다. 이렇게 인식능력을 가지게 된 모나리자는 바라보는 시선이 없을 때면 옆모습을 보인 채 생각에 빠진 듯 한 표정을 짓다가도 누군가 자신을 정면으로 응시하면 특유의 미묘한 미소를 짓는다.
디지털 모나리자의 인간과 같은 행동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모나리자는 인공지능 기술로 구현된 ‘인공 인격’을 탑재했기 때문에 관람객이 ‘마음에 들지 않는’ 행동을 할 경우 등을 돌려 외면해버릴 수도 있다는 것.
프로젝트 팀에 따르면 모나리자는 ‘감정’(emotion), ‘기분’(mood), ‘인격’(personality)이라는 세 가지 요소를 복합적으로 갖추고 있다.
우선 ‘감정’은 외부자극에 대한 모나리자의 즉각적 반응을 말하고 ‘기분’은 일정기간 지속되는 모나리자의 전반적 정서를 이야기한다. ‘감정’은 ‘기분’의 영향을 받기 때문에 동일한 자극에 대해서라도 기분에 따라 다른 감정을 표현하게 된다.
모나리자의 ‘인격’은 심리학에서 말하는 ‘5가지 성격 특성 요소’(big 5 personality traits), 즉 신경성, 외향성, 친화성, 성실성, 개방성으로 구성돼 있다. 이 다섯 가지 요소의 비중은 모나리자의 ‘경험’에 의해 변화하며 이에 따라 그녀의 행동 방식 또한 달라진다는 것이 프로젝트 팀의 설명이다.
디지털 모나리자는 다양한 형태와 규격으로 제작중이며 팬던트에 넣을 수 있을 정도의 소형 버전과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도 출시될 예정이다. 에지오스마노프는 “이 프로젝트의 주요 목표는 상품 판매가 아니다. 하지만 저렴한 가격으로 내놓아 많은 사람들이 부담 없이 구매할 수 있도록 하고 싶다”고 밝혔다.
사진=ⓒ리빙조꽁드/유튜브
방승언 기자 earny@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