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XX년, 화성으로 가는 유인 우주선이 작은 운석과 충돌해 사고가 발생했다. 다행히 우주선은 무사하지만, 우주 비행사 한 명이 심각한 상처를 입어 응급 처치가 필요한 비상 상태다. 우주선에 탑승한 의사는 무중력 수술 장비를 이용해서 응급 처치를 시행했다.
이는 가상의 상황이지만, 미래 우주 유인 탐사를 고려할 때 충분히 가능한 시나리오다. 지금까지 인류의 우주 진출은 가까운 달까지의 짧은 비행이나 혹은 지구로 바로 귀환이 가능한 우주 정거장까지였다. 그러나 앞으로 화성 유인 탐사나 달 기지 건설 등을 고려하면 지구로 환자를 수송할 시간도 없는 응급상황에 대비할 수 있어야 한다.
일단 달이나 화성 표면처럼 지구보다 낮더라도 중력이 있는 상황에서는 대처가 비교적 쉽다. 그러나 무중력 상태에서라면 이야기가 다르다. 인체의 내부 장기는 물론 수술 메스까지 중력이 잡아주지 않으니 공중에 둥둥 떠다니는 상태가 되기 때문이다. 더 심각한 문제는 환자의 혈액과 체액이 밑으로 고이지 않고 둥둥 떠다니는 상태가 된다는 것이다. 무중력 상태에서 출혈을 막는 것은 매우 심각한 문제다.
이 문제에 대한 답을 얻기 위해서 지난달 26일 미국과 캐나다의 합동 외과수술 팀이 무중력 상태에서 응급 수술 방법을 테스트했다. 캐나다 국립 연구소의 팰콘 20 제트기는 30초간 자유 낙하를 하면서 내부를 무중력 상태로 만들 수 있다. 다만 진짜 환자를 상대로 테스트할 수는 없는 만큼 스트라테직 오퍼레이션스(Strategic Operations)사에서 제작한 ‘컷 슈트'(Cut Suit)라는 모의 환자를 대상으로 테스트를 진행했다.
컷 슈트는 진짜 인체 내부와 흡사한 모습을 하고 있을 뿐 아니라 펌프로 공급되는 가짜 혈액을 이용해서 피가 튀는 응급 상황을 현실적으로 시뮬레이션했다. 이 테스트에서는 피가 흉강에 차는 응급 상황을 모의했으며 의사들은 응급 지혈 폼(foam)을 이용해서 출혈을 막았다. 일반적인 수술 도구는 무중력 상태에서는 사용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아직은 연구 단계이지만, 결국 늘 그러했듯이 인간은 무중력 상태에서의 응급 처치에 대해서도 답을 찾게 될 것이다. 물론 미래에는 우주선 자체에 인공 중력을 만들어 문제를 해결할 수도 있다. 그렇게 하나씩 장애물을 극복하면 미래에는 더 안전한 우주여행이 가능할 것이다.
고든 정 통신원 jjy0501@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