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축장 등에서 나오는 동물성 폐기물로부터 품질 좋은 직물 섬유를 제조하는 기술을 개발해냈다고 스위스 취리히공과대(ETH Zurich)가 30일(현지시간) 발표했다.
이 기술은 합성소재에 의존하는 경향을 낮추는 것을 목표로 한 획기적인 발명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 대학 기능성물질 연구소(FML) 소속 필립 스토셀(28) 박사과정 학생과 공동 연구자들이 만든 섬유는 메리노 양모와 비견할 만큼 양질의 섬유 소재가 될 가능성이 크다. 참고로 메리노 양모는 가장 귀한 양털 가운데 하나로 손꼽히고 있으며 최고급 의류에 사용되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연구팀은 자신들이 개발한 섬유와 메리노 양모로 털장갑을 만들어 비교해 보기도 했다.
공개된 사진에서는 왼쪽에 있는 광택 나는 털장갑이 바로 연구자들이 개발한 섬유로 만든 것이다. 광택이 없는 오른쪽 털장갑은 메리노 양모로 만들었다.
취리히공대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는 연간 약 7000만 톤의 섬유가 거래되고 있으며 그중 3분의 2 가까이가 석유와 천연가스 등의 비재생 에너지를 원료로 만들어진 것이다.
가장 널리 이용되고 있는 천연섬유인 양모와 면화도 압도적으로 저렴한 합성섬유로 대체되고 있다고 이 대학은 지적하고 있다.
스토셀 학생이 개발한 방법은 도축장에서 주로 볼 수 있는 폐기물인 ‘젤라틴’으로부터 섬유를 얻는다는 것이다. 그 점이 다른 천연섬유 제품과 크게 다르다.
연구소 책임자인 벤델린 스타크 교수의 협력 아래 스토셀 학생은 도축된 뒤 남은 동물의 껍질과 뼈, 힘줄 등에서 젤라틴을 추출하고 거기에 가열한 유기용제(아이소프로필)를 첨가했다.
이 과정에서 생산되는 ‘형태 없는 덩어리’로부터 고품질의 원사(직물의 원료가 되는 실)를 추출하는 데 성공했다는 것이다. 이 원사는 첨가제를 더하면 더 품질을 향상할 수 있다고 한다.
스토셀 학생은 폐기물로부터 친환경적인 ‘바이오폴리머’(Biopolymer, 식물성수지) 섬유를 만들겠다는 자신의 궁극적 목표에 매우 가까워졌음을 확신하고 있다.
다만, 이 직물 섬유는 젤라틴이 원료이어서 내수성을 강화할 필요가 있는 등 아직 개선할 점이 남아 있다. 또 대규모의 상업적인 생산을 가능하게 하기위한 자금을 확보하는 것도 중요 단계 중 하나라고 이 대학은 지적하고 있다.
사진=ETH Zurich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