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을 앞둔 주인이 홀로 남을 고양이를 걱정하는 마음에 누군지 모를 다음 주인에게 남긴 편지가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이 편지는 미국 몽고메리 카운티 동물 입양센터에서 공개한 것이다. 수지는 지난 5월 15일부터 이 입양센터에서 입양을 기다리고 있다.
위독한 상태였던 수지의 주인은 사실 맨 처음 자신의 아들에게 고양이를 맡겼다. 하지만 사육에 어려움을 느낀 아들은 센터에 고양이를 양도하게 됐다. 센터의 대외활동 담당 케서린 젠자노는 “주인은 모든 상황을 예상하고 있었던 것 같다”며 “이 편지는 (아들이 아닌) 미지의 새 주인에게 보내는 내용”이라고 설명했다.
그녀는 이어 “수지는 애교가 없는 편이어서 아직 아무도 입양의사를 밝히지 않았다”고 말하고 “진한 감동을 주는 이 편지가 수지에게, 혹은 수지와 비슷한 처지에 놓인 다른 고양이들에게 도움이 되리라고 여겨 공개하게 됐다”고 밝혔다.
편지는 “제 친구인 수지를 입양해주어서 고맙습니다”라는 글귀로 시작한다.
이어 편지에는 수지가 경계심을 많이 가지게 만든 과거 사건이 소개돼있다. 입양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집 밖에 나섰던 수지가 실종됐다가 나흘 만에 겨우 폭풍우를 뚫고 집에 돌아올 수 있었던 것.
이후로 수지는 주인 없이는 외출할 수 없는 소심한 성격이 됐다. 주인은 “같이 산책을 해주었다면 좋았을 텐데 몸이 좋지 않아 앞뜰에서 놀게 한 것이 고작였다”며 안타까움을 전했다.
편지는 “수지는 평범한 고양이는 아니지만 저는 그녀와 함께 하는 시간이 행복했습니다"라며 "당신도 저만큼 수지와의 삶을 즐겨주셨으면 합니다”하고 마무리되고 있다.
젠자노는 “입양소에 위탁되는 모든 고양이들에게 과거가 있겠지만, 직원들은 그저 짐작할 수 있을 뿐”이라며 "이 편지가 수지에 대한 사람들의 애정을 불러일으켜 줄 것으로 희망한다"고 밝혔다.
사진=ⓒ몽고메리 카운티 동물 입양센터
방승언 기자 earny@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