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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혜민의 월드why] 세계는 왜 인공지능에 빠졌을까? 위험할 걸 알면서도

작성 2015.08.05 11:13 ㅣ 수정 2015.08.06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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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아이로봇’ 한 장면


인공지능의 사전적 의미는 인간의 지능이 가지는 학습, 추리, 적응, 논증 따위의 기능을 갖춘 컴퓨터 시스템이다. 인간처럼 말하고 행동하고 생각하는 인공지능로봇이 등장하는 공상과학영화는 더 이상 ‘공상’이 아니다. 전 세계가 앞다퉈 영화 속 ‘캐릭터’의 현실화를 위해 엄청난 자본과 노력을 투자하고 있기 때문이다.

인공지능 시스템은 사람들의 기대와 우려를 한 몸에 받고 있다. 인간이 할 수 없는 혹은 꺼려하는 것을 대신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삶의 질과 편의성이 향상될 것이라고 기대하는 동시에, 인간의 삶에 파고들고 더 나아가 인간이 할 수 있는 일마저 ‘빼앗아’ 갈 것이라는 우려가 공존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을 비롯한 미국, 일본, 중국 등 세계 각국은 인공지능 발전에 열을 올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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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 인공지능 로봇 ‘에리카’


▲미국·일본·한국·중국의 인공지능 주력분야 서로 달라

인공지능 시스템의 선두주자는 단연 미국이다. 미국 내에서도 컴퓨터 기술을 기반으로 사업을 운영하는 구글, 아마존, 페이스북 등의 업체가 현재와 미래의 인공지능 기술을 이끌어간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미국 인공지능 기술은 ‘기능’에 치중한다는 특징이 있다. 쉽게 말해 컵의 모양과 상관없이 컵 속에 담긴 액체의 성질이 무엇이냐에 더 초점을 맞춘다는 뜻이다. 신체로 치면 두뇌에 대한 관심과 투자가 높다고 볼 수 있다.

현재 미국을 필두로 수많은 IT업체가 주목하는 것은 ‘딥러닝’이다. 딥러닝이란 컴퓨터가 마치 사람처럼 생각하고 배울 수 있도록 하는 기술이다. 딥러닝의 가장 좋은 예는 영화 ‘그녀’(Her, 2013)에 등장한다. 영화 속 남자 주인공은 인공지능 운영체제에게 이름을 묻자 ‘사만다’라는 답이 돌아온다. 이 운영체제는 100분의 2초 만에 ‘아기이름 짓는 방법’이라는 책에 등장하는 18만개의 이름 중 하나를 선택하고 이를 자신의 이름으로 정한다. 쉽게 말해 미국이 주력하는 딥러닝은 양질의 방대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시스템으로, 인간처럼 분류하고 학습하는데 상당한 능력을 발휘한다.

미국과 더불어 인공지능의 양대 산맥이라 할 수 있는 국가는 역시 일본이다. 특히 사람의 형태를 띠는 ‘사람형 로봇’ 분야는 일본이 꾸준히 선두 자리를 놓지 않고 있다. 가장 최근에 화제가 된 것은 인공지능 로봇 ‘에리카’다. 키 166㎝, 갈색 머리에 예쁜 얼굴을 가진 20대 여성 ‘콘셉트’의 에리카는 실제 인간처럼 몸짓으로 반응하고 대화할 수 있다. 미국은 몸체 보다는 기능에 더 주력하는 반면, 일본은 두뇌보다는 몸체에 더 주력한다. 예컨대 어떻게 하면 사람처럼 움직이고 걸어 다닐 수 있는지를 연구한다. 위험한 화재현장에 소방관이 아닌 소방로봇을 투입하는 것이 대표적인 예다.

한국과 중국은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꾸준히 미국과 일본의 뒤를 따르고 있다. 중국은 바이두 같은 IT업체들이 음성인식 기술 개발에 뛰어들면서 구글을 넘보는 수준에 도달하는데 성공했지만, 한국과 마찬가지로 이론에 취약하고 응용에 비교적 강한 특징이 있다.

▲킬러로봇, 일자리 대체 등 부작용 우려

세계를 이끌어가는 글로벌 기업들이 저마다 인공지능에 열을 올리는 만큼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크다. 이는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하나는 공상과학영화에 등장하는 ‘기계들의 반란’ 혹은 ‘킬러로봇’이고, 또 하나는 로봇이 인간의 일자리를 대체해 인간을 무용(無用)하게 만들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영국의 천재 물리학자인 스티븐 호킹도 살인기계나 다름없는 킬러로봇이 인류의 재앙을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그는 인공지능 기능을 탑재한 살상용 무기가 아닌 전쟁에서 민간인을 보호할 수 있는 기기여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로봇의 일자리 대체는 이미 수 년 전부터 위협으로 다가왔다. 미국 아마존은 물류창고에 로봇 1만 5000대를 투입해 인건비를 절약하고 오류율을 대폭 줄였다. 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드론을 이용한 배송서비스를 추진 중이어서 로봇에게 일자리를 빼앗기는 인간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인공지능이 기업의 배는 불리고 노동자의 배는 곯게 만들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샘솟는 이유다.

이 글을 쓰는 지금 이 순간, 기자 역시 마음을 놓긴 어렵다. 이미 한국과 미국, 일본에서는 간단한 기사를 작성할 수 있는 인공지능 시스템을 갖춘 로봇저널리즘이 투입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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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포토리아


▲그럼에도 인공지능이 필요한 이유

처음으로 돌아가, 이런 위험부담 속에서도 전 세계가 인공지능에 눈독을 들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선택이 아닌 필연”이라고 답한다.

가장 큰 이유로 거론되는 것은 노동인구 감소다. 일본 총무성이 지난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3년 노동인구는 32년 만에 처음으로 8000만 명을 밑도는 7901만 명으로 조사됐다. 중국 역시 지난해 국가통계국 조사에서 2013년 말 기준 노동인구는 9억 1954명으로 전년보다 244만 명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2012년 처음 줄기 시작한 중국의 노동인구는 2013년까지 감소세가 이어졌고 2020~2025년에는 노동부족 국가에 들어설 예정이다.

한국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세계은행(WB)과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 5월 발표한 아시아·태평양지역 경제현황 보고서에서 한국의 노동인구가 2010~2040년 15% 이상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베이비붐 세대의 고령화와 저출산이 공통 원인으로 분석된다.

노인과 아이는 많고 일할 인구는 줄어드는 상황 속에서 생활수준을 그대로 유지하려면 생산성을 높여야 한다. 하지만 인간의 힘으로는 생산성을 극대화하는데 한계가 있다. 무언가가 옆에서 사람역할을 대신하며 도와야 하는데, 그것이 바로 인공지능 시스템이라는 것이다.

킬러로봇 등 위험요소에 대해서는 어떻게 대비해야 할까. 이수영 한국과학기술원 소장은 서울신문과 한 인터뷰에서 “많은 사람들은 공상과학영화처럼 기계가 반란을 일으키지 않을까 걱정한다. 하지만 아이가 부모 말을 잘 듣지 않을 것을 걱정해서 아이를 낳지 않을 수는 없는 일 아닌가. 인공지능 시스템을 가족이나 친구처럼 대하면 인간과 인공지능이 공존할 수 있는 반면, 노예로 부리기 시작하면 함께 살 수 없다”고 설명한다.

이 소장은 여기서 미국의 예를 들었다. 미국은 과거 노동력 및 생산성 향상을 위해 이민을 받아들였지만 이민자들을 노예로 부린 뒤 문제가 발생했다는 것. 인공지능 시스템도 같은 맥락에서 노예가 아닌 ‘새로운 사람’으로 보고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킬러로봇 등 살상용 인공지능에 대해서는 “사람 사이에도 착한사람이 있고 살인자가 있듯, 로봇도 나쁜 사람이 나쁜 길로 끌어들이면 킬러로봇이 생길 수 있지만, 그를 잡는 로보캅 같은 경찰 로봇도 생길 수 있다. 사회 전체가 긍정적으로 가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또 ‘인간무용’의 두려움을 안기는 일자리와 관련해서는 “인공지능은 비교적 단순하고 쉬운, 즉 스케줄을 정리하거나 전화를 받는 일 등을 먼저 대체할 것이다. 예술‧창의적 분야는 가장 늦게까지 사람의 영역으로 남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인공지능의 전신으로도 볼 수 있는 스마트폰이 인간의 영역 깊숙한 곳에 들어온 지 오래다. 어쩌면 인공지능과 인간의 공존은 피할 수 없는 필연일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남은 숙제는 어떻게 하면 부작용을 최소화 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과 행동이 아닐까. 이해‧배려‧창의야 말로 무엇도 넘볼 수 없는 인간 고유의 분야이니 말이다.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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