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방송사 직원 피격 사건 등 미국 내에서 충격적 총기사고가 끊이지 않는 가운데, 미국 하와이 섬 호놀룰루 시 경찰이 자신들이 사용하던 중고 총기 2300여 정을 대중에 판매하는 대신 모두 파기하겠다는 결정을 내려 미국 내에서 논란을 낳고 있다.
미국 허핑턴포스트의 2일(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호놀룰루 경찰은 최근 경관들의 지급총기를 ‘글록 17’ 권총으로 변경하면서 기존에 사용하던 시가 57만5000달러(약 6억 8000만 원) 상당의 ‘스미스 앤 웨슨’ 9㎜ 권총 2300여 정을 모두 파기하기로 결정했다.
호놀룰루 경찰은 이 총기들 중 일부를 인근 지역 경찰에 기증하는 등의 여러 대안을 검토해 보았으나 결국 총기를 전량 파기하는 원안을 고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렇게 파기되는 총기 중 200여 정은 상자 개봉조차 하지 않은 신품인 것으로 알려졌다.
호놀룰루 경찰은 “이 총기들이 일반 대중에 판매돼 하와이 거리를 활보하는 일을 막겠다는 결정을 내렸고 이에 대해 호놀롤루 시장 커크 콜드웰의 승인을 얻었다”고 발표했다. 이는 중고 총기 및 압수 총기를 대중에 판매해 예산을 충당하기도 하는 미국 내 여타 지역 경찰들의 관행과 사뭇 대조되는 것이다.
이번 결정은 미국 내 총기소지 옹호론자들의 큰 반발을 사고 있다.
총기소지 옹호단체 중 하나인 ‘수정헌법 2조 재단’(Second Amendment Foundation)의 창립자 앨런 고틀리브는 “정상 작동하는 총기를 파기하는 행동은 세금 낭비에 해당한다”며 “이번 결정은 총기소지 반대론자들이 벌이곤 하는 우행의 극치”라고 말했다.
그는 “이 총기들은 법을 준수하는 선량한 시민들, 특히 그 중에서도 소득 수준이 낮은 시민들의 자기 방어수단으로 활용될 여지가 충분했다”며 “또한 총기판매 수익으로 경찰병력 장비를 강화해 공공안전 증대에 기여할 수도 있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실제로 과거 켄터키 주 경찰의 경우 압수 총기를 판매한 수익금으로 경찰병력들에게 개인 방탄복을 지급하기도 했다.
그러나 호놀룰루 경찰의 과감한 결정을 응원하는 목소리도 작지 않다.
라드 에버리트 ‘총기폭력 종식 연대’(Coalition to Stop Gun Violence) 대변인은 “하와이 주의 총기사고 사망자 수가 미국 전역에서 가장 적은 데에는 다 이유가 있다”고 말했다.
하와이 주는 미국 내에서 가장 강력한 총기규제 법률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지난 2013년에는 하와이의 인구대비 총기사고 사망자 수가 미국 내에서 가장 낮다는 조사 결과도 발표된 바 있다.
에버리트는 이번 파기결정이 “해당 총기들을 거리에 풀어놓는 것보다 훨씬 좋은 결정”이었다고 평가했다. 그는 “호놀롤루 경찰은 (총기사고로 인해) 가정들이 파괴되는 것 보다는 총기들이 파괴되는 편이 훨씬 낫다고 여긴 것 뿐”이라며 이들의 결단에 대한 찬성의 의사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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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승언 기자 earny@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