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기견을 구하기 위해 기차를 세운 칠레의 기관사가 화제다.
칠레 해안도시 로스빌로스에서 최근에 벌어진 일이다.
역에 들어서던 열차가 갑자기 멈춰섰다. 열차가 승강장에 완전히 들어서지 않은 채 돌연 멈추고 문도 열리지 않자 승객들은 순간 불안을 느꼈다.
열차를 멈춘 기관사는 선로로 뛰어내렸다. 승강장에 있던 사람들의 시선이 이상한(?) 행동을 하는 기관사에 집중됐다.
기관사는 그런 시선에 신경쓰지 않고 천천히 열차 앞부분을 향해 걸어갔다.
마치 아이를 달래듯 살짝 손뼉을 치며 기관사가 걸어가는 곳을 보니 유기견이 선로에 앉아 있었다.
유기견은 사람을 경계하는 듯했지만 다행히 도망가진 않았다.
"이리와, 이리와"라며 천천히 다가선 기관사는 유기견의 머리를 잠시 쓰다듬다가 목덜미를 잡아 안전하게 구조했다.
기관사가 승강장에서 대기하던 열차직원에게 유기견을 안기자 숨을 죽이고 구조작전(?)을 지켜보던 승객들은 박수를 치며 환호했다. 여기저기에서 "브라보"가 터졌다.
유기견을 무사히 구조하고 다시 열차로 돌아간 기관사는 그제야 안내방송을 내보냈다.
기관사는 "열차운행이 지연된 데 매우 죄송하게 생각하지만 유기견을 죽일 수는 없었다"며 탑승하고 있던 승객들에 이해를 구했다.
기관사의 훈훈한 마음은 승강장에 있던 한 여성이 핸드폰으로 촬영한 44초 분량의 영상을 페이스북에 올리면서 현지 언론에까지 보도됐다.
여자는 페이스북에 "참으로 아름다운 상황이었다"면서 "현장을 지켜본 사람 모두가 기관사에 박수를 보냈다"고 적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영상은 지난 16일 규모 8.3의 지진이 발생하기 직전에 촬영됐다.
칠레 수도 산티아고에서 약 225km 떨어진 로스빌로스는 지진으로 가장 큰 피해가 발생한 지역 중 한 곳이다.
사진=영상캡처
임석훈 남미통신원 juanlimmx@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