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도소 탈출에 실패하자 엉뚱한 소송을 내 거액의 손해배상을 받으려 한 남자가 또 다시 좌절(?)의 눈물을 흘렸다.
미 연방법원이 시카고 교도소에 복역 중인 호우세이 뱅크스(40)가 낸 손해배상청구심에서 요구를 기각했다. 최근 내린 판결에서 법원은 특정 재소자에게 강화된 감시를 받아야 할 권리가 있다고 볼 수 없다며 "국가에 배상 책임이 없다."고 판결했다.
도대체 무슨 사연이길래 재소자가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냈을까. 내막을 보면 어이가 없다. 사건은 201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은행강도 혐의로 체포돼 유죄 판결을 받은 뱅크스는 시카고 연방교도소에서 수감되자 같은 방을 쓰는 동료와 탈출을 계획했다.
고민 끝에 그가 결정한 탈출 방법은 벽에 구멍을 낸 뒤 끈을 이용해 교도소 건물을 빠져나가는 것. 탄로가 나지 않게 교도관의 눈을 피해 벽에 구멍을 뚫는 데만 수개월이 걸렸다. 드디어 다가온 D데이. 뱅크스는 동료와 함께 구멍을 통해 탈출에 나섰다. 뜯은 이불과 치실을 엮어 만든 줄을 타고 17층에서 내려온 두 사람은 무사히 벽을 넘어 교도소를 빠져나갔지만 자유는 오래가지 않았다.
경찰이 전개한 대대적인 작전 끝에 다시 수갑을 찬 그는 재수감됐다.
이젠 조용히 수감생활을 할 일이었지만 이번엔 돈 욕심이 생겼다. 재수감된 뱅크스는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심을 제기했다.
뱅크스는 "국가가 제대로 감시를 했다면 탈출사건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탈출시도와 재수감에 따른 정신적 피해를 배상하라고 요구했다. 그는 "교도관들이 탈출계획을 알아채고 벽에 구멍을 뚫는 사실을 감지했어야 한다."며 "(경비가 허술해) 탈출을 '강요'받을 수밖에 없었다."고 주장했다.
소송에서 그가 요구한 배상금은 1000만 달러, 우리나라 돈으로 약 120억원이다. 하지만 법원이 "탈옥에 국가의 책임이 있다고 볼 수 없다."고 매몰차게(?) 기각 결정을 내리면서 백만장자의 꿈은 물거품이 됐다.
한편 당국은 교도소탈출 혐의로 뱅크스의 형량을 늘리진 않았다. 은행강도 혐의로 이미 장기복역이 보장(?)돼 있어 굳이 형량을 늘릴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라고 현지 언론은 보도했다.
사진=FBI
손영식 해외통신원 voniss@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