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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랍 S다이어리]사우디~기름값을 부탁해!

작성 2016.01.25 18:54 ㅣ 수정 2016.01.26 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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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우디아라비아 수도 리야드의 한 주유소


기름 나는 나라. 그래서 기름값이 싼 나라.
사우디아라비아하면 누구나 가장 먼저 드는 생각일 것이다. 기름 한 방울 안 나는 나라에서 태어나 살다가 사우디아라비아의 수도 리야드로 와 살게 되면서 좋았던 점도 여기에 있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한 달 전만 해도 베네수엘라, 리비아에 이어 세계에서 세 번째로 기름값이 쌌다. 글로벌페트롤프라이스닷컴의 최신 조사에 따르면 사우디는 26일 현재 리터당 0.23달러를 받아 세계에서 다섯 번째로 기름값이 싸다.

리터당 0.02달러인 베네수엘라의 기름값이 ‘똥 값’이라면 사우디의 기름값은 ‘껌 값’. 그러나 국가 수입의 대부분을 원유수출에서 얻는 사우디는 유가하락으로 인한 국고수입 부족분 보전을 위해 휘발유 소비자 가격을 50% 올렸다. 한국은 소폭 하락해 현재 리터당 1.14달러로 책정돼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지난 달 28일 자정을 기점으로 휘발유 리터당 가격(옥탄가95 기준)을 60할랄라(0.6 리얄·약 198원)에서 90할랄라(0.9 리얄·약 297원)로 인상했다. 인상률은 높지만 이곳에 사는 한국인들은 ‘그래도 싸다’는 인식이 여전히 크다.
리야드에 3년 째 거주중인 최태석(31)씨는 “한국에선 조금이라도 싼 주유소를 찾아 기름을 채웠는데 사우디는 기름값이 워낙 싸기 때문에 올려봤자 신경도 안 쓰인다“고 말했다.
사우디의 기름값이 싼 이유는 국영 석유회사 아람코가 원유 생산에서 휘발유 유통·판매까지 맡아 수익이 그대로 국고에 쌓이므로 연료에 세금이 붙지 않는 덕분이다. 반대로 우리나라는 유류세와 수입부과금, 관세, 부가가치세 등 각종 세금이 따라붙는다.

지난 주말 리야드의 한 주유소에서 차에 기름을 가득 채웠다. 약 47리터가 들어갔고 가격은 43리얄이었다. 우리돈으로 환산하면 1만3700원 정도다. 저유가로 우리나라 휘발유 가격이 리터당 1200원대로 낮아졌다지만 우리나라에선 6~7만원이 든다고 생각하면 굉장히 저렴한 셈이다. 물론 휘발유 가격이 오르기 전이었다면 27리얄 그러니까 9천원도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실제로 준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몰고 다니지만 가격 인상 이전엔 주유소 한 번 방문에 9000원 이상 소비한 적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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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우디아라비아는 지난 달 28일 자정을 기점으로 고급무연휘발유 가격을 50% 올렸다.


지역매체에 따르면 휘발유 가격 인상을 이유로 일부 택시 기사들은 택시비를 50% 올려 받기 시작했고, 주요 상업도시인 제다의 스쿨버스 회사들이 운임요금을 100% 인상하는 등 이곳 시민들은 높아진 기름값을 체감할 터였다. 현지인들의 의견을 듣고 싶었다. 그런데 국내 경기침체, 특히 유가에 대해 언급하는 것이 터부시 되는 분위기였다.
현지에서 만난 야세르 알 아마르(35)는 “휘발유 가격 인상 등 왕이 결정하고 실행하는 정책에 불만은 없다”고 말할 뿐이었다.

왕정체제인 사우디는 오일머니로 자국민들에게 막대한 보조금을 지급해왔다. 국제 유가 하락에 지난해 건국 83년 역사상 최대 적자를 기록한 사우디는 결국 보조금을 삭감하고야 말았다. 재무부가 예고한대로 이달 11일부턴 인상된 전기·수도요금이 적용됐으며, 부가가치세(VAT)를 3년 안에 도입하기로 걸프협력회의(GCC) 국가들과 합의했다.
이러한 긴축재정에도 올해 사우디의 곳간 형편은 나아지기 어려워 보인다. 경제재제가 풀린 이란에 이어 미국까지 원유 수출을 재개하면서 산유국들의 가격경쟁으로 유가는 현재 배럴 당 20달러선에서 10달러까지도 추락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올해 국제 원유시장이 "공급 과잉에 익사할 수 있다"고 경고했지만 사우디는 “감산은 없다”는 입장이다.

아람코 회장 칼리드 알-팔리는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에 참석해 “산유량을 줄여 다른 산유국들에게 자리를 내주지는 않을 것”이라고 못박으며 “글로벌 금융위기 때도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산유량을 줄였다”고 언급했는데 사우디가 산유량을 줄인다고 해서 유가가 정상화되진 않을 것이라는 뜻으로 해석된다.
이 같은 생각은 외무부장관 압델 알-주베이르 장관이 ‘유가를 떨어뜨려 이란이 이득을 보지 못하게 하려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우리는 시장을 조작할 수 없다”며 “시장이 적정 가격을 결정하도록 두어야 한다”고 CNN에서 밝힌 것과 다르지 않다.
세계 최대 원유 수출국이자 두 번째로 원유를 많이 생산하는 나라. 사우디는 이 타이틀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감산불가 원칙을 고수할 것으로 보인다. 요샛말로 기름부심(기름+자부심)이라고나 할까.

글·사진 윤나래 중동 통신원 ekfzhawoddl@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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