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는 공룡의 빠르기를 쫓아갈 수 없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실제 공룡의 이동 속도는 예상보다 빠르지 않았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캐나다 알베르타대학의 척추동물 고생물학자 스콧 퍼슨스 박사 연구진은 미국 북서부 와이오밍에서 발견한 6600만년 전 공룡의 화석과 발자국 여러 개를 분석했다.
그중 하나는 길이 47㎝의 육식성 공룡의 것으로, 이 공룡은 두 발로 보행하며 해당 발자국은 엄지손가락 역할을 했던 앞발의 것이었다. 연구진의 분석 결과 이 발자국의 주인은 매우 민첩한 움직임을 자랑했던 티라노사우르스 렉스(이하 티라노사우르스)의 것으로 밝혀졌다.
이 발자국의 크기를 기준으로 해당 티라노사우르스의 발바닥부터 엉덩이(꼬리 부분)까지의 길이가 1.56~2.06m 정도라는 사실을 추산했다.
발길이 47㎝, 다리길이 1.56~2.06m, 두 발로 보행하는 특징 등의 정보를 토대로 이 공룡의 평소 이동 속도를 계산한 결과, 평균 속도는 4.5~8㎞/h인 것으로 나타났다.
일반적으로 인간의 단거리 달리기 평균 속도는 시간당 17㎞로, 세계에서 가장 빠른 사나이인 우사인 볼트는 시속 38㎞를 달린다. 즉, 포악하고 날렵한 것으로 유명한 티라노사우루스의 평균 이동 속도는 인간의 평균 달리기 속도의 4분의 1 정도라는 것.
다만 이번 결과는 티라노사우루스의 평균 이동속도일 뿐, 가장 빨리 뛰었을 때의 속도는 아니다. 전문가들은 티라노사우루스의 최고 속도는 시속 46㎞에서 최고 162㎞에 달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연구를 이끈 스콧 퍼슨스 박사는 “이번 연구는 티라노사우르가 진흙이 많은 구역을 걸어다닐 때의 평균 걸음 속도를 계산한 것으로, 티라노사우르가 서식지를 이동하거나 사냥을 하지 않았을 때의 평상시 이동 속도를 가늠할 수 있었다”면서 “이 속도는 인간이 평소 활기차고 가볍게 뛰어다니는 속도와 유사하며, 만약 인류와 공룡이 공존했다면 비슷한 빠르기로 함께 이동하는 것이 가능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다만 이것은 평균 이동 속도이지 최고 속도는 아니며, 최고의 포식자였던 티라노사우루스의 최고 속도와 관련해서는 여전히 학계의 의견이 분분하다”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결과는 국제적인 과학저널 사이언스에 소개됐다.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