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우! 과학] 지구의 모든 물을 증발시키는 법

지구의 대기 중에 있는 이산화탄소(CO₂) 농도가 극단적으로 증가하게 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과학자들이 컴퓨터로 모형화한 결과, 지구의 모든 물이 한방울도 남지 않고 증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세계적 학술지 네이처 자매지인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 최신호(2월9일자)에 밝혔다.

그렇다고 해서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 이는 대기 중 이산화탄소가 정말로 엄청나게 극적으로 늘어났을 때의 상황을 예측한 것이기 때문이다.

미국 해양대기청(NOAA)과 독일 막스플랑크기상학연구소 공동 연구진은 지구처럼 물이 풍부한 행성에서 이산화탄소의 농도가 계속 상승하면 무슨 일이 일어날지 조사했다.

현지 우리 지구의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는 지난해 중순 기준으로 400ppm(100만분율·대기 100만ℓ 중에 이산화탄소가 1ℓ 있음을 나타내는 단위)을 넘어선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이미 지구에 영향을 줄 만큼 많은 양이다.

이산화탄소는 대표적인 온실가스로 지구의 대기에 열을 축적한다. 지구 온난화 상황이 계속되면 생물이 살 수 없는 지역이 발생하게 된다. 대기 중에 방출되는 연간 이산화탄소를 제한하기 위해 국가 단위의 경계를 뛰어 넘어 세계 각국의 정부가 초국적 논의와 협력을 진행하고 있는 이유다.

그런데 만일 이런 노력이 물거품 되고 오히려 이산화탄소가 늘어나는 상황에 도달하면 어떻게 되는 것일까.

연구진은 지표면의 71% 정도가 물로 덮인 우리 지구를 계산을 위해 ‘완전히 물에 덮인 행성’으로 가정한 뒤 컴퓨터 모형화를 통해 대기 중 이산화탄소의 농도가 극단적인 수준에 도달하게 되면 어떻게 일어나는지를 분석했다.

그 결과,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1520ppm에 도달하게 되면 지구의 표면 온도는 섭씨 57도에 이르러 대량의 물이 대기 중으로 증발해 그에 따른 수증기가 우주에 가까운 대기층까지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를 이끈 막스 포프 박사는 우리는 이를 ‘습한 온실’이라는 시나리오로 부르고 있는 데 만일 이런 상황이 되면 물의 행성으로도 불리는 지구는 우주로 아주 쉽게 물을 방출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더 심각한 시나리오는 이 ‘습한 온실’ 조건을 한 번 충족하게 되면 이후 대량의 이산화탄소를 제거하더라도 지구 환경을 되돌릴 수 없다는 것이다.

또한 대기 중 이산화탄소의 급증 외에도 우리의 태양이 진화하는 과정에서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은 열과 빛을 방출하게 되면 역시 지구 표면 온도가 상승해 비슷한 결과가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렇다고 해서 지금 당장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 이런 상황은 수십에서 수십 억 년 뒤에나 현실이 될 것이라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사진=위키피디아(퍼블릭 도메인)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